금요일날 친구랑 늦게까지 한잔 하고 새벽에 귀가...

토요일은 뜻하지 않은 근무로 늦게까지 일하고 귀가...

좀 피곤하여도 마음은 벌써 이륙장에 가 있는데 마눌님 묻는다. 반 옥타브 가라않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낼 뱅 가나?" 

이럴땐 눈치보면서 떠듬거리다간 기선 잡힌다.

"당근이지. 묻긴 와 묻노?" 던져 놓고 

아들놈에게 돌아서서는 쎌쎌 웃으면서... 

"경민아~ 아빠가~ 산에 일하러 가야되는데에~  일~찍 와서 많이 놀아 줄께. 응?? 약속.. 약속.. 응?"

이렇게 산다...


09시 30분 신천동 집합장소에 나오신분들...

고문님, 태만형님, 자천부회장님, 교택교관님, 용선형님, 윤철형님, 병철님, 나 --- 총 8명

대니산으로 출발. --> 중간에 성언부부님 조우 --> 남짜 이륙장 도착.  

바람이 좀 세네~ 충분히 포기할 만큼... 아싸리 갈등 안 생겨 좋다...ㅠ.ㅠ

베낭 던져놓고 퍼질러 앉아서 한대 물고 있으니 교택형님 더미 나가신다.

이어서 자천부회장님 나가시고.... 두분 착륙하시는거 보고 철수.


착륙장에서 재덕형님 조우... 바람 잘 일 없다고 좀 있다가 귀가하시고...


점심으로 옺닭 먹으면서 소주 한잔.

달창지 앞에서 물고기 잡고 맥주 한잔.


교택교관님이 일기예보상 남서풍에 바람이 점점 세어 진다고 했는데.. 남동풍이 부는 걸로봐서는 일기에 뭔가 변화가 생겼으며 이런 경우 바람이 약해질 확률이 높으니 이륙장에 다시 가 보자고 해서 물고기 요리는 이륙장에서 먹기로 하고 달창지를 떠난다.

4시가 넘어서 이륙장에 도착해보니 초보가 느끼기에는 별반 차이가 없어보이는데,,, 다른분들은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하신다.

병철님, 윤철형님, 태만형님 이륙하시고 나도 긴가민가하면서 이륙 준비한다. 족히 네시반은 넘었으리라..


이륙 잠시 후 좌측사면에 붙여서 가다보니 고도가 올라가는 것을 느낀다.

교택형님 무전으로 릿지비행 지시를 해주시는데 이륙장 좌측 능선과 정면 능선 사이를 한번 왔다갔다 했을 뿐인데도 이륙장 한참 위로 올라선다.

"오늘같은 바람은 좀처럼 만나기 어려우니 릿지비행 마스터한다고 생각하고 마음껏 연습하라" 

언제 바람이 세어질지 모르니 산 가까이는 붙지 말라는 충고에 좌우 능선에 각각 포인트를 정해놓고 그 사이만 오락가락하면서 지시에 따라 급회전도 해보고 S자 회전도 한다.

늦은 시간이다 보니 해가 얼굴 정면을 비춘다. 희뿌연 대기에 산란되어 비치는 햇살에 약간은 눈이 부셨지만 나름대로 색다른 경험이다.

저 아래 이륙장에 기체가 펴지더니 하나 둘 이륙한다.

이륙해서 미끄러지듯 활공하는 모습을 위에서 보니 섹시해 보이기도 하고 날렵해 보이기도 한다. 해안 절벽에서 바다로 몸을 던지는 한마리 갈매기를 보는 느낌이다.

나 포함 총 일곱대가 떴다.

희뿌연 대기 속, 비슷한 고도, 멀지 않은 거리에서 제각기 유영하듯 떠다니는 다른 기체들을 바라보는 건 초보인 나로서는 하나의 감동이었다.

'그래서 혼자 비행하면 재미가 없다고 했구나....'


40여분이나 즐겼을까.... 고문님 무전 온다.

"도리뱅뱅 조림 다 익었는데.... 먼저 오면 먹을거고... 나중에 오면 없을건데...."


착륙하기로 마음먹고 무딘 기체로 천천히 전진해 나가는데 고도가 내려가는 느낌이 없다.

꾸역꾸역 착륙장 앞까지 왔을 때도 상당히 높은 고도를 유지해서 다 까먹을 때까지 팔자비행으로 버틸려고 하니, 

먼저 착륙한 병철님 무전 온다.  

"고도가 여유가 많으니 가고 싶은데 까지 갔다가 오세요."

얼마나 갔다가 올 수 있을지 몰라서 착륙장을 멀리 벗어나지는 못하겠고 오른쪽 마을 입구에서 왼쪽 마을 입구까지 두차례 왔다갔다 하다가 팔자비행 몇바퀴 더 돌고 적사장에 무사히 착륙한다. 무풍이라 타겟지점을 좀 더 지나서 내리긴 했지만...

한시간 남짓의 개인 최장시간 기록과 최고고도 기록을 동시에 세우면서... ㅋㅋㅋ 해질녘에 비행을 마친다...ㅎㅎㅎ


고문님표 도리뱅뱅, 조림에 소주 몇잔하고.... 대구로 

세븐에서 뒷풀이로 생맥주... 열시 다 되어서 귀가... 경민이 뿔났다..ㅠ.ㅠ


오늘 차 타고 돌아다니면서 교택형님 태국여행담에 지루한 줄 몰랐다.

오처넌, 북치는 방망이, 벌침, 문지방, 줄타기, etc.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