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좀 바빠서 비행이 뜸 한데다 담주 처가집에 행사가 있어 오늘은 기필코 참석을 하리라 며칠전부터 다짐을 해 왔다.

어제 바람이 세서 비행이 없었다고 하니 좀 걱정도 되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버린 막내놈도 부담스럽다.

"아빠 회사 갔다 올께~". 헉 표정이..... "돈 많이 벌어서~ 올 때 탑블레이드 사올께~ 응?". 

어쨋든 정두형님 아파트에서 종진형님, 상정형님 만나서 정두형님차로 신천동으로 룰루랄라 들뜬마음으로 간다.

신천동에서 태만형님, 자천부회장님, 용석형님, 윤철형님, 병철님 만나서 합이 아홉명이다.

음달산과 황금산의 경합 끝에 황금산으로 결정하고 2대의 차량으로 여유롭게 출발한다.


예보상 전반적으로 바람이 세지만 오후에 바람이 약해진다고 해서 오후 비행을 염두에 두고 

오전은 간만 본다는 심정으로 이륙장에 올라보니 좀 세긴하나 이륙은 가능해 보인다.

햇살도 좋고 바람도 좋아서 멋진 오후비행을 생각하며 서둘러 오전쫄을 준비한다.

그런데 마음과 달리 이륙이 쉽지만은 않다.

조금씩들 이륙에 고생하는 편이다. 

그 와중에 정두형님 기체는 둥실둥실 잘도 떠 오른다. 마음이 급해진다. 

한번의 실패 후 무사히 이륙하여 이륙장 좌우로 돌아보니 대체로 상승이 강한것 같다.

ㅋㅋ 잘 올라간다. 좋쿠로.....

초당 4~5m 씩 길게는 10초 가까이 상승되는데 650m는 금방 올라간다.

그러나 바람에 세어서 돌리자니 드리프트가 겁나고 들로 나가자니 속도는 더디고....

그냥저냥 릿지만 타고 왔다갔다 하다 보니 700을 못 넘긴다.

지형이 완만한 초승달 형태인데 북서풍이 강하게 부니까 가능하면 북쪽으로 가는게 좋은줄은 알겠는데,

북쪽은 상승은 그저그런데다가 거칠기만해서 자꾸 남쪽이 땡긴다. 남쪽이 오히려 상승은 좋다.

자꾸 남쪽으로 기웃거리는게 위험해 보였는지 태만형님이 가지 말라고 몇번이나 무전 연락이 온다. 

그럭저럭 30여분 비행하는 사이에 손가락도 씨리고 콧물도 나고 오후비행도 남았는데 하는 생각에 착륙을 생각한다.

오리지날 착륙장은 원래 까다로운데다가 오늘처럼 센 바람에는 위험할 수도 있으니 강변도로로 하라는 콜이 온다.

정풍은 치고 나가기 힘드니 우선 북쪽으로 가서 고도 보충후 비스듬하게 어프로치하려고 생각하고 북쪽끝까지 갔다가 

강과 20~30도 각도를 가지고 전진한다.

교회가 있는 마을위에까지는 그럭저럭 잘 갔는데 어느순간 나도 모르게 몸이 자꾸만 강 쪽으로 돌아간다.

다시 강과 45도 정도를 유지해보니 기체가 이륙장쪽으로 밀린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몸턴으로 방향을 유지하려고한거 같다.

바람은 남서풍인것 같은데 그럼 강한 정풍을 안고 가야하는 상황이다.

공식착륙장으로 들어갈까하고 보니 고도에 비해서 너무 멀다.

아직 고도가 충분하니 잘하면 강변까지 들어갈 수 있을 것도 같고해서 GPS 속도를 보니 5정도는 나온다.

일단 풋바를 힘껏 밟고 몸을 뒤로 뉘였는데, 기마자세로 한참 밟고 있자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다리 긴게 참 불편하다.

이제 좀 나왔나 싶어서 풋바 풀고 아래를 보니 한참전에 봤던 아스팔트도로 바로 위에 그냥 그대로 있다.

속도계보니 7~9정도 나오는데 어째 수상하다.

풋바를 70% 정도 밟고 보니 0~1정도 나온다.

허걱.... 클났다. 

풋바 밟는 사이에 고도가 많이 내려가서 지상과의 위치 관계가 좀 명확해진 상태에서 다시 확인해 본다.

밟으면 그 자리, 풀면 후진...쩝...

마을 바로 위라서 돌릴데도 없다보니 전봇대랑 지붕만이라도 피하자 생각하고 지상을 살펴보니 마을 바로 앞에 계단식 논이 세마지기 가량 있다.

그때부터 풋바를 100% 밟고 정조준해서 논위에까지 기체를 올려놓고 명당자리 안 벗어나려고 살짝살짝 몸턴으로 버틴다.

풋바를 최대한 밟아서 그런지 엘레베이터 탄 듯이 수직하강한다. 

지상 5m 정도에서 착륙준비한다고 풋바를 놓았더니 기체가 뒤로 밀린다.

후진주차하듯이 착륙하면서 기체 제압하려고 재빨리 돌아서는데 물 안 마른 논에 신발이 미끌어지면서 양손을 짚을 수 밖에 없었다.

대충 장갑에 묻은 진흙 털어내고 기체 말아서 메고 논둑 올라서는데 논둑사면도 미끌미끌해서 애먹었다.

한대 피고 기체 정리하려니 용석형님 픽업 오시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나중에 회원님들 상황을 보니 다들 착륙에서 고생들 하신거 같다.

점심을 소주에 육회, 소고기전골로 든든히 먹고 다시 착륙장 올랐으나 바람이 잦아들지 않은데다 오전비행에 만족하는지 그만하자고 해서 대구로 향한다.

이륙장 뒷바라지 한다고 비행 못한 태만형님, 운전한다고 비행 못한 용석형님께 좀 미안하네요....


참! 탑블레이드 사러 이마트 다녀왔음....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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