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소: 영천 보현산 활공장(61회비행)
일   자: 5월 5일(토요일)
기   상: 맑음
풍향/풍속: 이륙장-북동, 북서  착륙장-지 꼴리는대로
순간 상승/하강속도: 상승 약 3.6m/s, 하강 약 3.5m/s 정도
기   록: 비행중 처음으로 날개 접힘

다른 회원들은 모르겠는데 나는 여섯살짜리 막내놈이랑 11살짤리 딸래미가 있는데도
얼굴에 철판 뒤집어 쓰고 회장님댁으로 향했다
그저께 영화 보여주고 어제 마누라랑 문경 도자기축제에 갔다왔으니
어느정도 어린이날 챙겨주었다 자위하면서 보현산으로 향했다

이륙장에 도착하니 북풍에서 북동풍, 북서풍으로 왔다갔다 한다
교택이가 나갔는데 허벌나게 높이 올라간다
팽철형님, 신령형님도 덩달아 엄청 높이 올라간다

저 정도야 되겠냐만 그래도 열비행은 조금 할수 있다 생각하고 이륙했는데
조금씩 상승이 된다
하강이 되지않고 수시로 상승이 되니 계속 잡아먹고 앞쪽의 능선 끄터마리에서 좀 놀자 싶어서 앞으로만 갔는데
회장님이 이륙장쪽으로 와서 올라가보라고 하시어 다시 돌려서 갔는데 잘 안된다

포기하고 착륙장쪽으로 가는데 많이 흔들린다
반쯤 넘어서 오는데 갑자기 우측 날개가 펄럭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조종줄이 흐늘거리기에
올려다 보니 우측 날개가 접혀져 있다
ㅈㄸㄸ 싶어서 잽싸게 조종줄로 펌핑을 하는데 시작도 제대로 하기전에 알아서 펴진다

뭐 이런 날씨가 있나 싶어 무조건 착륙장으로 가는데 이번엔 급상승과 급하강이 줄줄 이어진다
정신 바짝차리고 조금씩 조종줄로 견제, 땡겼다 놓았다 반복하니 다리가 저절로 벌어진다 -,.-;;
그러더니 몸이 갑자기 앞으로 횡~하고 먼저 나가고 날개는 뒷쪽 거의 45도 기울어져 따라오고있다
아이고 띠바 이거 보쌈 되는거 아닌가 싶어 바짝 긴장하고 있는데
그래도 밑에서 신령형님이 보면서 걱정하지 말란다

동네앞 개울을 거의 앞에 두고도 고도는 천미터 이상이다
빨리 내려가고 싶은데 고도는 디럽게 까지질 않는다
그 와중에 또 한방 먹는다
또 우측 날개가 접힌다
이번에도 조치를 취하기도 전에 지가 알아서 펴진다

신령형님이 착륙장 고도 100미터 부근에서 상당히 기상이 거칠다는 무전에
히야시 잔뜩 먹고 착륙장으로 열씨미 비비는데 갑자기 급하강이 시작된다
충분한 고도인데도 불구하고 한번 팔자비행으로 착륙장 건너 논에 착륙했다

제대로 된 하강속도라면 임시주차장이 된 논에 승용차 지붕에 내려앉을뻔 했는데 그래도 다행으로
바로 옆에 무사히 착륙했다

5월이면 이제 거친 기상이 없을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까진 기상이 초보자에겐 너무 거칠다
그렇게 혼나고 나니 정신없어서 오후엔 비행 안할려고
밥 먹으면서 동동주를 맛있게 마셔댔다

점심을 먹고 잠시 기다리다 바람이 당췌 안정되질 않아서
영천시내 ??활공장으로 이동했다
가는길에 형님들이 바람이 세어져서 괜찮냐고 하니
그 활공장은 바람이 쎌수록 좋다는 말이 땀 뽀질뽀질 흘리면서
힘들게 이륙장에 도착하고서야 이유를 알수 있었다

활공장 면적이 그야말로 쥐눈깔 만하다
올라오면서 땀 흘린 덕분으로 술은 거의 깼다만 과연 이륙이 될까 걱정된다
회장님이 더미로 나가시는데 바로 앞에서 급상승이 된다

갑자기 부웅~ 상승하는게 마치 북한 로켓 발사장면이 떠오른다
그걸 보더니 형님 포함 박사 전부 혀를 내두르고 꼬리 내린다
회장님 안전하게 착륙하는 거 보고 가방 짊어지고 빠꾸...

어느 계절이나 어느 날이나 완전히 안전한 비행이 어디 있겠냐만
오늘은 정말 너무 혼이 난 비행이었다
그래도 원급 기체의 회복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직접 느낀 것이 좋은 경험이었다 생각된다

전날 마신술이 덜 깬 상태에서 낮에 동동주로 시작하여
도착해서 또 맥주로 마무리한 날이다
하루종일 몽롱한 상태였지만 정말 좋은 경험을 했고 기분좋은 하루였다

이륙장 콜 해주신 회장님과 착륙장 콜 해주신 신령형님 감사드려요^^*
회원님들 즐거웠던 하루였습니다 ^^*

추신: 근데 점심도 안먹고 밀양으로 도망간 교택이, 회비 냈냐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