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정 비행 1일차 >


열풍에 가입하고 처음으로 참석하는 3일간의 원정비행이다.

9시 반까지 1차 출발하는 회원들 집결시간이지만 바뀐 하네스 셋팅 때문에 20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부지런한 회원들 몇몇은 벌써 부터 기다리고 있다.

지금까지 타왔던 지니 2 하네스가 구입 10년이 넘어가니 천도 삭고 밑판의 실밥이 낡아서 튿어져 버려 보조낙하산이
발그레한 속살을 겉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이런 상태의 하네스로 비행하다가 보조산이 뜻하지 않게 비행 중 밑으로 빠져 버리면...??

이것은 위험하다 싶어 용석에게 박사 한테 물려 받아 현재 사용하지 않는 하네스를 받았다.

그 동안 S사이즈 하네스를 중고로 구하려고 스카이 스포츠를 수시로 들어가서 눈여겨 봐도 마땅한 물건이 없다.

번데기 하네스를 구입 하던지 새로운 하네스를 구입할 때까지는 우짜던동 사용 해야 하므로 깨끗하게 탈려고
물걸레로 살살 닦아 보니 안 닦인다.  

에라 모르겟다.  

프로텍터를 다 꺼집어 내고 분해해서 욕조에 집어 넣고 빨아버렸다.


나중에 프로텍터는 우여곡절끝에 새로 조립하겠는데 보조낙하산 셋팅은 아무래도 신경이 써여서
박사에게 도움을 받고자 빨리 온것이다.

박사가 원래 사용하던 것이라서 쉽게 보조산 셋팅을 해 놓는다.

고마우이.. 박사군~

어깨끈 다리끈 등은 이륙장에서 다시 조정하기로 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첫째날 영월 봉래산, 둘째날 단양 양방산, 셋째날 문경 단산 순이므로 오늘은 영월 봉래산쪽으로
가야 하지만 예보상 60-70프로 비올거라 한다.

논의 끝에 순서를 바꾸어서 문경 단산으로 먼저 가기로 했다 한다.

속으로 잘 됐구나 했다.  

원정비행 1일차 부터 참석한 사람은

회장님, 팽철부회장님, 교택 부회장, 총무, 재덕형님, 태만형님, 윤철, 용석, 나, 상안씨 박사, 돈현
이상 12명이다.





기대와는 달리 문경에 도착해 보니 문경 또한 기상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

회장님 차와 용석차가 싸인이 맞지 않아 용석차에 타고 왔던 우리팀은 이륙장 까지 올라 갔다.

이륙장에서 기다리라 하는 줄 알고...

이륙장은 개스가 짙게 끼어서 시야가 30미터도 안되는 거 같다.

또 언제 개일지 알 수가 없는 상태다.  올라간김에 기념 사진만 몇장 박고

다시 내려와서 개스가 개일 때까지 착륙장 잔디밭에서 지상연습을 좀 했다.

휘몰아 치는 바람이라서 그런지 지상연습 하는데 기체 세우고 유지 하기가 쉽지 않다.

바람도 생각처럼 강하지 않아서 힘만 든다.

그래도 열심히 연습 하는데 재덕형님이

"상정아 너 형님 왔다." 그러시길래 무슨 형님? 했는데 알고보니 나무판매한 형님이시다.
문경 들리면 꼭 인사하라 했는데 오늘은 날도 덥고 컨디션이 별로라서 인사 안했다.

앞으로도 그 나무가 마당에 서있는 동안에는 안할 작정이다.



뜨거운 여름

지상연습도 조금 하고 나니 땀이 비오 듯 한다.

잠시 쉬고 있으려니 장비를 다시 챙겨 넣으라 하신다.

단양에 콘도 체크인도 할겸 어차피 문경에서 비행은 안될 것이고 양방산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하신다.

점심은 올라가다가 적당한 계곡에서 하기로 하고 차를 타고 다시 출발 했다.





이름도 모를 어느 계곡,

차를 세우고 물가 그늘 밑에 불판을 꺼내 놓고 돼지고기를 구워서 점심을 먹었다.

밥과, 김치, 돼지고기 등 점심 먹을 수 있는 일체의 준비를 팽철 부회장님이 회원들을 위해 찬조하셨다 한다.

잘 먹었습니다. 형수님한테 고맙다 해야 하나??

점심 먹고 30분간만 물놀이 하다가 올라 간다고 해서 준비해간 물놀이 옷으로 갈아 입고 신나게 놀았다.

깊이도 적당하고 물놀이 하기엔 적당하다.

그리고 재밋는 물놀이엔 나이가 따로 없다.

회장님도 사각팬티만 입으시고 다들 너무 재밋게 놀았다.

태만형님 물에 한번 빠뜨리자고 합의

살금 살금 우회 접근해서 양팔과 다리를 잡았는데 눈치 빠른 형님 이미
알고 계신듯.

마지 못해 잡히는척 별 저항 없이 순순히 우리손에 잡혀 첨부덩...

맘 약한 박사가 태만형님 물 드시는 것 보고 돌아 가실까봐 그만하라고 난리다.

어느 정도 놀다 보니
물이 차가워서 몇잔 마신 막걸리 취기가 싹 가신다.

올라 가는 길에는 술도 다 깨고 간간히 비도 퍼붓고 해서 에어컨을 꺼놓아도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 조차도 추울 정도였다.






단양에 도착해보니 하늘이 찌푸려 있지만 다행히 비는 개였다.

회장님차는 바로 콘도 체크인 하러 가고 용석차는 둔치 착륙장에서 체크인 한 차가 올때까지 기다렸다.


양방산 올라 가는 길은 시멘트 포장 도로인데 경사가 상당히 가파르다.

도로폭도 일부 구간 제외하고 대부분이 차량교행이 힘들 정도로 좁아서 중간에 차를 만나면 고역이겠다 싶다.

20여분 올라 가니 양방산 전망대가 나왔다.  이곳이 단양 양방산 이륙장이다.
양방산 또는 양백산 두가지 이름으로 불린단다.

그러다가 얼마전 부터 옛부터 사용되던 양방산으로 부르기로 지명조정위원회에서 합의,  
이젠 양방산으로 부르기로 했단다.

북서와 남동 두방향의 사면으로 활주로를 닦아 놓아 양방향으로 이륙이 가능한 곳이다.

양방향으로 이륙이 가능하다고 양방산인가?? ㅋㅋ



북서 이륙장에는 기체 두대 정도 동시에 펼쳐 놓고 이륙할 정도의 공간인데 탄성재질인 고무블럭으로 포장
해 놓았다.

남동 이륙장에는 나무만 정리해 놓은 상태인데 바람이 약할 때는 자칫 매미 되기 쉽상이란다.

오늘 바람은 남서로 남동 이륙장 쪽에 맞는 거같다.

이륙장은 전망대를 찾은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보현산에서 비행할 때도 등산객들로 인해 지켜보는 시선이 조금은 부담스러운데 이 곳은 훨씬 더한 것 같다.

현지인 팀들과 대구에서 올라간 장한형님, 연찬씨 등이 알바로 텐덤체험 비행을 위해 준비 해놓고 커플손님이랑
같이 대기하고 있었다.

바람이 무척 세서 기다리는 중이란다.

단양에는 오전에도 비가 왔다고 하는데 잔뜩 흐린 먹구름이 잠깐씩 개이기 시작 하더니 단양시내 저 멀리 구름 사이로
햇볕이 쏟아진다.

빛내림

사진 찍는 사람들은 이빛을 잘 살려서 좋은 작품 사진을 찍는다 한다.

실력이 미천하여 그 느낌을 제대로 표현해낼 수는 없어 안타깝지만 똑딱이로 몇장 찍어 보았다.



단양 시내와 착륙장이 바로 보이는 이륙장인 북서이륙장 말고
바람 방향 때문에 남동 이륙장으로 이륙을 한다면 이륙하자 마자
우측으로 붙여서 능선을 타고 능선 끝에서 산을 둘러 넘어와서 강을 건너야 한단다.

바로 넘어 오면 와류로 인해 영향을 받기 때문이란다.

처음 해보는 이륙장이라서 조금은 긴장감이 느껴지고 고도가 낮아져서 강을 못건너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고도가 안되어 물에 빠지게 된다면?  

저정도 강폭 이라면 헤엄은 치겠는데 패러랑 같이 떨어지면 산줄이 엉켜서 헤엄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하다고 한다.

물에 빠질 상황이면 다리끈 부터 풀고 허리끈 풀고 물에 빠지기 직전 하네스에서 뛰어 내리던지 아니면
숨을 들이 마시고 물에 빠지면 바로 탈출해서 나와야 한단다.

물가에서 자주 비행하는 현지팀들은 가스팽창식 구명튜브 정도는 예비낙하산 처럼 휴대하고 비행하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바람은 여전히 강하고 가스트도 심해서 우리는 아예 장비를 꺼낼 생각도 못하고 계속 기다렸다.

오후 6시쯤 되었을 때 어느 정도 바람이 누그러진 틈을 타서 장한 형님이 텐덤 여자 손님을 태우고 먼저 이륙했다.

커플이 텐덤을 하러 왔나 본데 남자 보다도 여자가 먼저 나간다.

의외로 텐덤 체험비행하러 오면 여자가 남자보다 더 두려움 없이 잘 탄다고 한다.  

누군가 하는 말이 여자야 무서우면 비명지르면 되고 못타면 여자니깐 이해 된다는데
즉 밑져야 본전이란 이야긴데

남자는 못타면 쪽팔리기 때문에 말그대로 잘해도 밑까는 장사기 때문에 남자들이 선뜻 먼저 타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들어보니 맞는 말 같기도 하다.

장한형님 텐덤 나가는 거 보고 우리팀에서 교택부회장이 더미로 이륙해서 나가기로 했다.

주변 관광객들이 에워싸서 교택 부회장 못짓 손짓 하나 하나를 지켜보고 있다.

셋팅 다해놓고 한참을 기다려도 여전히 바람은 잦아 들 기미가 보이지 않은다.

오히려 텐덤 나갈 때보다 훨씬 더 거칠어 진다.

기체를 한번 들어 보지만 여의치 않다.

10여분 정도 바람을 기다리다 결국 포기하고 기체를 다시 정리해 놓았다.

다른 회원들도 모두 오늘 비행은 포기하고 장비를 차에 싣으려는데

남자 텐덤 손님 태우고 이륙해야할 차례인 연찬씨가 6시 반까지만 기다려 보고 안되면 그냥 내려 갈거라 하니 우리팀도
기다리는 김에 조금만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교택부회장 장비 개어 정리 하려니깐 이젠 바람이 거의 무풍이다.

좀전에는 바람이 약해지기를 기다려야 했는데 이젠 바람이 불기를 기다려야 할 판이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간간히 조금씩 바람이 불어서 이륙할 정도는 된다.

드디어 연찬씨가 텐덤 손님과 활주로에 접어 들었고

조금 더 활주로에서 대기한 채로 기다리다 적당한 바람이 불어 오자 이륙 했다.

한참을 지켜보던 갤러리들 박수로 환호하고

이제 시간이 오후 7시가 가까워 지고 산그늘 지는 곳 부터 조금씩 어둑 어둑 해진다.

바람도 교택 부회장 이륙 하려 할 때가 최후의 발악 이었는지 강한 바람은 더이상 없고
바람이 제법 순하게 살살 올라 온다.

이정도 바람이라면 비행해도 될법도 하지만 곧 어두워질지도 모르고 해서

오늘은 우리팀 전체가 무리하게 비행하지 않고 내일 비행 하기로 하고 철수 했다.




저녁식사는 동호인이 운영하는 쏘가리 매운탕집에서 올갱이국으로 먹었다.

경상도에는 고디라고 하는데 이곳에서는 올갱이라 한단다.

국을 끓이는 방식도 대구에서 먹을 때는 들깨를 넣어 국물이 뿌옇고 구수하게 해서 먹는데

이곳은 맑게 끓여서 내 오는 거 같다.


단양은 여름 성수기 동안에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 매주 토요일은 연예인들을 불러
그린 콘서트 공연을 한다는데

저녁 먹고 가서 잠시 구경하다 콘도로 들어 가기로 했다.

잠시 있으려니 남궁옥분이 왔단다.

남궁옥분은 직접, 그리고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은 처음이다.

생음악으로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요즘 금붕어 처럼 입만 끔벅 끔벅 하는 립싱크 가수와는
차원이 다른 거 같다.

관중들과 호흡을 같이 하며 흥겨운 시간을 즐겼다. 다 좋은데
나중에 관중들이 앵콜 신청해도 시간 관계상 죽어도 앵콜은 하지 않는다.

가수가 바뀌고 김범용 노래 부르는 거 듣다가 이제 콘도로 들어가야 할 시간

길가에서 다른 회원들 모이기를 기다리며 서 있으려니

총무님이 남궁옥분이다고 한다. 돌아 보니 바로 길가에 차 한대가 서있는데 뒷창문이 열려 있고
그안에 남궁옥분이 앉아 있는게 아닌가.

관련인 인듯한 사람과 이런 저런 마무리 이야기 겸 작별인사를 나누는 중 인듯 하다.


이게 왠떡?

염치 불구하고 얼른 가서 꾸벅 인사하고 악수를 청했더니 고맙게도 손을 잡아 준다.

어느틈엔가 뒤 따라온 교택부회장도 손을 잡는다.

옥분을 보내고 난 후에 이야기 하는데

좀전에 악수를 할때 자기를 쳐다 보지 않길래 손가락으로 손바닥을 살살 간지르니깐
놀라서 쳐다 보더란다.

ㅎㅎ 그 짧은 순간에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느냐 물으니

그것은 생각해서 될 일이 아니고 본능적이란다.

본능에 충실한 싸나이... 그대 이름은 늑대다.  ㅋㅋ

콘도에서 씻고 나서 벌인 막걸리 술판.

평소 차 운전 때문에 뒷풀이 해도 술을 드시지 않던 재덕형님이 술한잔 드시고 종진으로 인해 시작 된
벌침 경험담을 이야기 하시는데 어찌나 우습던지 배꼽 꼭 붙들어 메고 있었다.

자칫 19금으로 흐를 수 있어 긴이야기는 못한다.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본인한테 이야기 들어 보시라.

주거니 받거니 하는 술로 한말에서 조금 모자라게 남았던 막걸리와 맥주 피쳐 5-6통, 소주 몇병을 다 마셔 버렸단다.

난 버티다가 1시 반정도에 도망 나와 잠시 잠을 청했지만 밤새 주당들의 떠드는 소리와
남들이 가지지 못한 돌연변이 능력을 가진 우리팀 엑스맨들의 돌가는 소리, 돌굴리는 소리,
게다가 돌깨는 소리 그것도 삼삼칠 박수로 돌깨는 소리, 새벽 6시도 못 된 이른 시간에 아침
구보하자고 깨우는 바람에 결국 잠을 한시간도 제대로 못잤다.

몇몇분들은 밤새 한잠도 못잤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