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49회 비행일지

- 미꾸라지 잡다. -

10시 30분 전 청호 목욕탕 앞에서 팽철 부회장을 만나 내차에 기체를 옮겨 싣고 회장님 댁으로 출발 했다.

날씨도 좋고 3일 연휴라서 놀러 가는 사람들이 많은지 교통량이 많은 거 같다.

회장님댁에 도착해 보니 평소 자주 못 보던 반가운 얼굴들도 보인다.  

오늘의 참석자는 회장님, 팽철부회장, 교택부회장, 태만형, 상철형,  윤철, 용선(운전), 용석, 나, 상국, 박사 이상 11명이다.
나중에 합류한 재덕형님, 잠시 얼굴 보인 성언씨도...

청도바람이 딱 맞을 듯 했는데 활공장은 구지 대니산으로 정하고 구지면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다.

석정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1시 쯤에 이륙장에 올랐다.

오늘 바람이 애매해서 여기 말고는 다른 곳은 바람이 잘 안 맞나 보다.  
대니산 활공장이 많이 붐빈다. 빅버드 스쿨, 클럽, 그리고 다른 팀원 들…

바람은 초속 2-3미터 정도에 최고 5.2까지 나오기도 한다.

초보자들이 비행 하기에 조금 세긴 하다.

우리팀 더미 그리고 고급 비행자들은 룰루 랄라  좋은 기상에 먼저 나가고 우린 잠시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가
용석이 먼저 나가고 내가 이륙 준비를 했다.

오늘은 그 동안 후방이륙 하면서 왜 잘 안되었던가를 생각해보았다.

기체를 세우면 반드시 이륙해서 나가야 된다는 강박관념??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그러한 생각 때문에 기체가 올라오면 급하고, 급하니깐 세세한 동작이 잘 안 되는 것이리라.

기체 세우고 나서 여의치 않음 도로 기체를 눕히고 기체 점검 한번 했다고 편하게 생각하면 되는데…

생각을 고쳐 먹으니 마음이 훨씬 편안해졌다.

바람이 센편 이라서 기체가 올라올 때 몸이 앞으로 갑자기 딸려 가지 않도록 앞쪽으로 달려갈 태세를 취하고 모아 쥔
A 라이져를 살짝 올렸다.

사뿐하게 기체가 올라 온다.  빠르게 좌우 조종줄로 견제하고  뒤로 돌았다.  
어깨를 숙이니 두발짝 떼기 전에 이륙이 된다.

오늘의 후방 이륙 자세는 자평 하자면 괜 찮았던 거 같다.

나중에 이야기 들어 보니 이륙자세는 좋았다 한다.

다만.. 이륙하고 보니

조종줄이 라이져에 한바퀴 돌아져서 있다. 즉 꼬인 것이다. 그대로 직진해서 비행 속도가 안정권에 접어 들고나서야 조종줄을 다시 잡았다.

이런… 옥에 티다.

평소 바람 센날 대니산 릿지 하듯이 릿지바람을 이용하기 위해서 좌측으로 붙였다.

바람이 세긴 하지만  방향이 릿지에 대해 정풍이 아니라서 릿지가 잘 되진 않는다.

릿지가 잘 안되면 바람에 밀려 올라 오는 열을 잡아서 상승 할 수 밖에 없는데..

마땅한 열을 찾지 못하니 고도가 까질 수 밖에 없다.

먼저 이륙했던 용석이가 7-8부 에서 열심히 돌아 댕기고 있다. 나라면 저 정도 고도에서는 내려 갈 텐데
아무튼 몸무게 오버 되는 조그만 기체를 타고서 대단 하다.

나역시 릿지바람을 이용하기 힘드니 점점 고도가 까지기 시작한다.  

이대로 쫄해야 하나 생각하면서 열이 있을 만한 곳으로 이리 저리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이륙장 좌측 산줄기 상단부 묘지 부근 상공에서
열이 하나 감지된다.  

코아를 찾아서 찔러보니 초당 상승률이 1.0m대로 약한 열은 아닌데 내가 이용하기에 폭이 좁은 것 같다.

게걸음비행으로 짧게 릿지 타듯이 열에 머물면서 최대한 고도를 올린 후 산사면에서 서클링 해도 될 정도가 되었을 때 회전을 시작했다.

바람이 세서 풍하쪽으로 향할 때 바람에 밀려서 한 바퀴 돌때 마다 코아를 많이 벗어나 버린다. 풍하쪽에서는 뱅크각을 더 주어 회전을 해야 되는데..

몇바퀴 돌리다가 열에서 빠져 버려 다시 고도가 떨어지면 조금 전 그 열을 다시 찾아서 릿지 타듯이 고도 올리고  이렇게 여러 번 하다 보니
이제 고도가 많이는 아니지만 이륙장 보다 높아 졌다.

하지만 아직 거친 야생마를 다루기엔 내 실력이 부족하여 흔들리는 말 등에 탔는가 싶으면 어느 틈엔가 말 등에서 다시 떨어지고
야생마는 내게 쉽게 자신의 등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렇게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15분쯤 힘들게 버티기 하고 있는데

교택 부회장이 기상 상태가 좋지 않으니 다들 조심하라고 주의 촉구 무전을 보내온다.

바람도 점점 더 세지는 거 같아서 자칫하면 착륙장 못 들어 가겠다 싶어서 고도 높을 때 착륙 진입 해야겠다 고 맘을 먹고 앞쪽으로 쭉 뺐다.

착륙장으로 진행하다가 몇 개의 열이 감지 되긴 했지만 내 실력으로 이용하기에는 역시 반경이 너무 작은 거 같아서 포기했다.

LH공사 대형 깃발을 보니 바람 방향이 남서방향이다.
바람 방향을 감안해서 머릿속으로 착륙예정 경로를 그려 놓고 착륙 진행하는데
먼저 착륙해서 대기 중이던 용석이가 내가 착륙 진입하는 것을 보았는지

지상에는 많이 거치니깐 조심하라 한다. 지금 진행하는 방향이 정풍방향이고 고도는 좋으니 고도처리 조금 하여 들어 오라고 무전 해준다.

오늘 기상은 국부적으로 강한 열이 올라 오고 열이 강한 만큼 반대로 주위에는 하강풍이 같이 있기에 기상이 봄철 기상처럼 거친가 보다.

바람세기를 감안하더라도 고도가 많이 높아서 착륙장 까지는 충분하다 못해 약한 S자로 고도를 정리 해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이건 뭐. 완전 낙하산 수준이다.  나중에 트렉로그로 확인 해 보니 착륙진입 하면서 최저 속도는 시속 6킬로 미터다.
즉 초당 2.5 수직으로 하강할때 수평거리는 초당 1미터도 못갔다는 말이다.

이제 고도처리는 고사하고 비상착륙 할 곳을 찾아야 한다.

하강비율과 진행방향으로 판단할 때 내가 갈수 있는 곳의 비상착륙장은 사방에 모두 물 댄 논 뿐이다.

게다가 지금 이러한 하강률이면 들판 중간을 지나가는 도랑 옹벽에 정면으로 쳐 박을 것 같다.
물 댄 논이야 옷 버리면 그만이지만 도랑 옹벽에 충격하면 자칫 부상 입을 염려가 있다.

최대한 몸을 눕혀서 도랑 위를 지나기 바랐지만 하염없이 떨어지는 고도에 속수무책이다.

불확실한 확률에 모험을 걸 수는 없다. 도랑을 못 넘을 거 같음 아예 물 댄 논일지라도 그 전에 안전하게 내리는 게 좋다.

어차피 물 댄 논에 내리더라도 최대한 잘 착륙하여 논두렁 위에 착지하려는 욕심으로 브레이크를 살짝 살짝 조종했지만
논두렁 1미터 앞두고 두발 착지, 글라이더는 뒤로 떨어져서 물댄 논 중간에 떨어져 버렸다.

비행 하고부터 미꾸라지 되긴 처음이다.

물댄 논에 착지하는 느낌??  어떨까??

바닥 논 흙은 미끌 미끌 하면서 비릿한 물비린내가 코를 찌른다.
뜨뜻한 물의 온도와 물컹 물컹한게 마치 뭐 밟는 듯한 느낌, 제대로 서있기도 힘들 정도로 발 밑은 질퍽하고 미끄럽고

한마디로 별로 좋지 않타.

기체 당기려고 돌아서다가 미끄러져 엎어져서 옷버리고 기체 당기는데 물 먹은 기체가 얼마나 무겁던지 기체는 꿈쩍도 안하고
작용 반작용법칙에 따라 또 한번 미끄러져서 엎어지고... 최악이다.

혹 전자 계기에 물 들어 갈까 봐 발라스트 백 벗어서 논두렁 위에 던져 두고 기체 수거 하고 안착 보고 했다.

윤철이가 보았는지 상정이 꾸라지 많이 잡았나? 한다.  

근데 미꾸라지는 한 마리도 없던데?? 다음에 윤철이가 좀 잡아 줄련??

못 옆에 낚시하는 사람이 몇 명 있던데 쪽팔려서 얼른 집어 들고 내려 왔다.

논물이 기공 사이로 들어가서 글라이더 무게가 배로 무거워진 거 같다. 글라이더를 진 어깨가 빠질 듯 하다.  

용석이가 자기가 빠진 자리에 나도 빠졌다면서 빨리 와서 말려라 한다.

힘들게 낑낑 거리며 길가로 나가보니 근데 어느틈에 정리를 싹~ 해놓았는지 용석이는 물에 빠진 표시가 별로 없다.

점심을 먹었던 석정에 용석이랑 같이 가서 주인 양해를 구하고 글라이더와 신발, 옷 등을 간단하게 씼었다.

그리고 식당 앞에 심어 놓은 생나무 울타리 위에 글라이더를 늘어 놓고 용석의 여분신발을 맨발로 신은 채  오늘 오후 비행은
여기서 땡이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두 번째 비행하러 올라 가자 한다.

기체도 씻어서 늘어놓았고 신발이며, 하네스며 온통 젖어서 더 이상 올라갈 형편이 못 된다고 안간다 했는데
1차 비행 때 운전봉사 했던 용선이가 컨디션이 안좋은지 나보고 운전봉사 하러 라도 올라 갔음 한다.

그래서 비행은 안하더라도 운전 봉사나 할 요량으로 늦게 합류한 재덕형님과, 교택부회장 윤철, 용석이랑 같이 이륙장에 다시 올랐다.

이륙장에는 부산에서 체험 비행하러 온 이쁜이 승객들이 대기 중이었는데 보기만 봐도 눈도 맘도 즐겁다.

일행중 한명이 먼저 이륙해서 나가고

두번째 이쁜이 텐덤 손님이  이륙 준비하는 동안 용석이가 이륙해서 나갔다.

1차 비행때는 조금 불안하게 이륙했는데 2차 이륙ㅇ츤 무난하게 잘 나갔다.

준비 된 두번째 이쁜이 텐덤 손임이 활주로 하단 부에 대기 하고 있는 텐덤 조종사까지 내려가야 하는데
이륙장 경사가 워낙에 급하니 겁이 났던지 내려가지를 못한다.

텐덤 조종사가 버럭 소리를 질러도 마찬가지..  이륙보조자 팔에 메달리다 시피 내려가서 겨우 이륙준비 완료.

기체 세운 후 죽으라 하고 뛰어 나가야 하는데 얼어 버려서 앞만 보고 꼼짝도 안한다.  이륙보조자가 몸을 날려 밀어 주어 간신히 이륙.

보기만 해도 재밌는 광경이다.

텐덤손님 두명 나가고 나서 다음에

재덕형님 이륙준비 완료.

기체 라이져 업 좋았고 돌아서서 활주자세 좋았는데 마지막에 글라이더 양력 받기 전에 올라 타버렸다.  
무게 중심때문에 기체가 왼쪽으로 치우친다.
교택부회장이 무전으로 오른쪽 견제하라 하니 너무 많이 견제해서 오른쪽으로 기체가 과도하게 회전 하기 시작한다. 이륙장 사면에 다시 쳐박을 기세다.  
다시 왼쪽으로 견제 하라 하니 왼쪽 견제도 과하다.  왼쪽 날개 한쪽이 접히면서 활주로 밑 소나무를 치고 나가면서 매미가 된다.

윤철과 같이 매미 잡으러 내려갔는데 바로 밑 인 거 같은데도 경사가 급하니 한참을 내려 간다.

기체 수거하는데 꽤 걸리겠다 싶었는데 매미 잡는 것도 요령이고 경험이 중요한 가 보다. 윤철이가 능숙하게 생각보다 수훨 하게 매미 걷는다.

기체를 간이 포대기에 싸서 둘러 메고 올라 오는데 숨이 턱에 까지 찬다.

맨발에 신발도 내 것이 아니지 이륙장의 급한 경사를 올라오는데 발이 신발 안에서 미끄러져서 힘을 제대로 써지 못하겠다.
게다가 반팔이라서 가시덤불에 팔이 다 긁혀서 따끔 거린다.

담엔 운전 봉사 하러 올라 가면 이륙하기 전에 운전만 해주고 빨리 내려 가던지
아님 장갑에 긴팔에 톱까지 완전 무장해서 올라 가던지 둘 중 하나 해야 겠다.

힘들게 걷어 올라 간 후 잠시 쉬었다가

재덕형님 다시 이륙했는데 이번에는 잘 나갔다.

윤철이도 이륙해서 나가고, 교택이도 나가고

이륙장 위에 남아 있던 포항패러 상동씨랑 같이 차를 회수 해서 내려 왔다.

생나무 울타리에 말리기 위해 걸쳐 놓은 글라이더가 바람에 날려 가지 않았는지 걱정 되었지만 별이상은 없었다.

어느 정도 말랐기에 식당에서는 걷어서 착륙장 앞에 다시 펼쳐 조금 더 말린 후 가방에 넣었다.

2차 비행 후 착륙한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 보니
1차 비행 때보다 2차 비행 때는 기상이 많이 부드러웠다고한다.

오늘은 내일 월례회를 위해 3년 묻어 두었다가 캐낸 약초술로 거하게 한다 해서 뒷풀이는 생략하고 모두들 일찍 귀가 했다.

미꾸라지 잡아 축축한 신발이 영 기분이 찝찝하다.  

그리고 조금더 많이 생각하는 비행을 해야 겠다.

오늘 미꾸라지도 결과적으로 볼때 판단미스가 큰 원인이 아닐까 싶다.

바람 센날은 엘디가 많이 나지 않으니 착륙장 근처에서 고도 정리를 하는게 좋았을 덴테.. 아쉽다.




<< 비행요약 <<

1. 비행횟수 : 49회

2. 일자 : 2011년 05월 21일(토요일)

3. 글라이더종류 : 에델 라이브 S사이즈 (Edel LIVE S size)

4. 기상
   - 풍속 및 풍향  : 3.3/1.5~5.2m/s(바람 조금 세다), 남서
   - 기온 및 습도 : 28도, 습도 31%

5. 이륙장, 및 고도 : 구지 대니산 남자 이륙장, 약 410m(아센 755 GPS 측정수치)
  

6. 착륙장, 및 고도 : 달성군 화산리 솔미들 창동지 상단 물댄 논 54m
(아센 755 GPS 측정수치)
   - 이륙장과 착륙장 표고차 356m

7. 비행 중 기록
  7-1. 최고고도 : 457m(이륙장 대비 47m 상승)  
7-2. 최고속도 : 65.0km/h
7-3. 최대상승 : 2.1m/sec
7-4. 최대하강 : -2.5m/sec

8. 비행시간 : 20분 44초(총누계 비행시간 : 13시간 30분 15초)
  8-1. 이륙시간 : 13시 19분 25초
  8-2. 착륙시간 : 13시 40분 09초

9. 비행거리
  9-1. 총비행거리 : 약 7.3km
  9-2. 직선거리 :   1.36km

10. 비행조건
  10-1. 기류 : 하 (남서)  
  10-2. 지형 : 중, 착륙장이 바로 보이고 이륙장 바람과 착륙장 바람이 동일한 경우가 많으므로 심리적으로 편안하게 느껴짐
  10-3. 이륙장조건 : 중(이륙장 경사가 상당히 급하고 활주거리가 짧지만 오히려 심리적 불안감만 떨쳐버리면 이륙하기는 쉬움)
10-4. 착륙장조건 : 중(바람 약함) LH공사에 매각되어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되었다고 하던데 대부분의 논에는 물을 대어 놓아 미꾸라지 잡을 가능성이 높음

11. 특기사항
  11-1. 처음으로 미꾸라지 잡다.  하강풍을 만나 하강하기 시작하니 대책이 없음.
  11-2. 바람 센날 정풍받고 착륙 시도할 시에는 바람이 약한 날 보다 착륙장에 좀더 접근해서 고도 처리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