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50회 비행일지

- 스파이럴 -

아침에 팽철 부회장은 따로 출발 한다고 혼자 가라 하신다.

어제 비도 오고 해서 비행을 못하지 않나 생각 했었는데
당초 예상과는 달리 좋다.  좋은 비행이 기대 되는 그런 하루다.

회장님댁에 모여 보니 팽철 형은 형수와 같이 왔는데 오늘은 비행하지는 않고 대니산에 오디 따러 가신다 한다.

두사람 같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오늘 비행 참석자는 회장님, 교택부회장, 병철 총무, 태만형, 윤철, 용석, 나, 박사, 돈현  이상 9명이다.

보현산 천문과학관 삼거리 식당에서 콩국수로 점심을 먹고 이륙장에 올랐다.

막상 이륙장에 올라 보니
바람은 너무 약하고 바람 방향도 엉망이다.

요즘 예보가 잘 안 맞다. 기상청도 일해 먹기 힘들겠다 는 생각이 많이 든다.

게다가 주풍이 약하니 열바람이 치고 올라와서 남서도 불었다가 남동도 불었다가 방향이 왔다 갔다 한다.

오늘은 윤철이가 더미로 먼저 나가기로 했는데 이륙바람이 좋지 않으니 한참을 기다려 보지만 좋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기다리던 중에 조금이라도 좋은 바람이 올라 오면 기체 들고 나가는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약한 바람에 기체를 들고 뛰어 나가는데 걸릴 듯 말 듯 아슬 아슬하게 치고 나간다. 오늘 또 매미 잡아야 되겠 구나 생각했는데 다행이다.

태만형 나가시고 용석이도 나갔다.

태만형과 윤철이는 어느 곳이 더 강한 열인지 탐색 중에 뒤늦게 나간 용석이가 이륙장 좌측 돌무더기 있는 상공으로 빠지더니
그 곳에서 열을 하나 물고 고도를 높인다.

교택이가 밀고 당기고 몇번 코치하고 나니 엘리베이터 타듯 수직 상승하면서 부드럽게 올라 간다.

다른 곳에서 열 찾아 헤매던 윤철과 태만형도 살짝 커닝을 하고 용석 밑으로 가서 고도 올린다.

이내 용석이와 윤철이는 구름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구름속에 3사람이 비비기에는 무리라 판단 했던지 태만형은 양보하고
앞쪽으로 빠져 주신다.

윤철이 무전을 들어 보니 고도가 2,100m 가 넘었다고 한다.

밑에서 지켜 보는 우리는 부러움만 가득 머금은 채 하늘만 올려다 보았다.

봄철 지나고 나면 이륙은 타이밍이라는데 고급자 들은 애가 타는 모양이다.

구름 속에 들어가 보면 느낌이 어떨까??  

바람이 왔다 갔다 하니 남동 이륙장에도 기체를 한대 펼쳐 놓고 바람 방향이 맞는 쪽으로 빨리 빨리 이륙해서 나가기로 했다.

나는 남서 이륙장쪽으로 기체를 펼쳐 놓고 대기 하고 있었다.

바람이 좋아서 기체를 펴고 나면 바람이 죽어 버리고 배풍이 분다.

남동쪽에서 다른 회원이 이륙하려 하면 또 남서쪽으로 약하게 바람이 불고..

교택부회장 말로는 주풍이 약하니깐 열바람이 이리 저리 치고 올라 오기 때문이란다.

이런 날은 열이 강하게 형성된다고 하는데 그 말이 맞나 보다.

바람이 적당하면 후방으로 이륙하겠는데 바람이 너무 약하다.

전방 자세로 바람 올라 올 때까지 이륙 대기하고 있으려니 팔이 아프다.

한참을 더 바람을 기다리다가 교택이가 무풍인데 자신 있게 한번 뛰어 보라 한다.

마냥 기다릴 수만도 없는 형편이라서 무풍이지만 뛰어 나가기로 했다.

하나 둘 셋 출발

기체 라이져 업, 활주

무난하게 이륙을 한다..

보현산 남서이륙장에서 이륙은 처음이다. 저번에는 남동 이륙장 쪽으로 이륙 했으니..

발아래 펼쳐진 참나무숲이 몽실 몽실 한게 마치 초록색 물들인 양떼가 모여 있는 것 같이 부드럽게 느껴진다.

용석이가 고도 잡아 올린 데를 커닝해서 나도 그쪽으로 열을 찾아 가보았다.

앞에 세사람 빨아 먹고 조금은 남겨 놓았는지 역시 바리오의 상승음이 울린다.  

용석이 쏘아링 할 때 교택부회장이 용석에게 하는 말을 들었는데

라이져 뒤로 머리를 빼고 회전하는 쪽 윙팁을 보면 그 각도가 딱 45도라고 한다.

그 상태에서 계속 회전을 하면 부드럽게 올라 간다 한다.

나도 똑같이 따라 해봤다.  

라이져 사이로 머리를 빼서 회전 방향의 윙팁을 보면서 회전을 했다.

한바퀴 두바퀴 밀고 당기고 하면서 고도를 올리고 있으려니

교택이가 “잘하고 있다. 그것 놓치면 쫄이니깐 잘 붙들고 메달려 봐라.” 고 한다.

코어를 정확하게 찾지를 못하니 들어 갔다 나왔다 하면서도 열이 좋아 계속 상승을 한다.

어느덧 고도가 1550을 넘어선다. 오늘 나도 조금만 더 올라가면 구름을 뚫겠구나. 속으로 생각했다.

높이 올라 오니 사방이 옅은 안개가 끼인 듯 뿌옇게 보인다.

이것이 구름이구나.

조금 더 올라가면 이러한 안개가 점점 짙어져서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게 되는 구나.

더울 거 같아서 비행복을 입지 않았는데 팔에 낀 쿨토시 사이로 싸늘하고 차가운 습기가 느껴진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비록 아직까지는 구름에 헤딩하지는 못했지만

지금 고도만 해도 올해 초 청도 원정산에서의 개인 기록인 1,062m를 훨씬 넘게  달성 했다.

계속 밀고 당기고 하면서 서클링을 하는 중에 상승음의 띠 띠 띠 하는 소리가 점차 약해진다.

열에서 빠졌나 싶어서 계기를 보니

B1 Nav에는 열코아가 까만색 점으로 표시가 되는데 점이 정 중앙에 있다.

그럼 내가 코아에 있는 것은 맞는데…???

그렇게 생각 할 즈음

또다시 회전을 지속 하자
몸으로 느껴질 정도로 속도가 획~ 빨라진다.

대니산에서나 다른 곳에서 서클링을 하다가 열에서 빠져 버렸을 때 순간적으로 반 바퀴 정도는 그렇게 획하니 돌았던 적이 있다.

그럴때는 열코어 찾을 때 밀고 당기 듯이 안쪽 브레이크는 그대로 둔 채 바같쪽 브레이크를 잡거나 안쪽 브레이크 까지
서서히 풀면서 빠져 나오곤 했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렇게 해도 속력이 줄어 들지 않는다.

한바퀴 두바퀴, 세바퀴 점점 돌아가는 속도가 빨라진다.

왜 이러지??

회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몸과 글라이더는 거의 수평상태가 되어 갔다.

글라이더는 마치 빵빵하게 물을 담은 비닐봉지처럼 부풀어 오를 대로 올라서 바늘만 대면 펑 하고 터질 듯하다.

쳐다 보고 있으려니 내가 글라이더를 내가 돌리는 것인지 글라이더가 나를 돌리는 것인지 헷갈린다.

머릿속으로 빠르게 무엇이 잘못 되서 그런가 생각하면서

양손의 위치를 보니 두손 다  어깨와 귀 사이에 위치해 있다. 어느 한쪽을 더 당기고 있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럼 도대체 무엇이 잘못 된 것인가??

무엇이 문제인가??

일단은 속도를 줄이기 위해서 다시 한번 더

바같 쪽 브레이크 줄을 당겼다.

꼼짝도 안한다.

아~ 이런게 LOCK 된 상태구나.

강한 스파이럴 걸리면 어떤 조작도 할 수 없는 상대 즉 Locking 이 된다던데 그게 바로 이것인가 보다.

그렇게 생각 할 즈음

어지러움과 현기증이 밀려 오면서
지금 생각해보니 주변 소리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던 가 보다.
그 정도 되면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쒹 쒹 들린다는데 들었던 기억이 없는 것을 보니..

게다가
시야가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서서히 검은 안개가 몰려 들어 오듯이 시커멓게 조여 들어 왔다.

원심력에 의해 피가 다리로 몰리면서 시야가 흐려지는 현상, 즉 블랙아웃현상이 일어 나는 모양이었다.

그 순간에 예전에 남자의 자격에서 전투기 조종사가 되기 위해 G 훈련을 받을 때 G를 견디기 위해서
아랫배에 힘을 주고 입을 굳게 다문 채 귀와 코로 바람을 불어 내듯이 훕~ 훕~ 하던 것이 생각났다.

당시 그 프로를 보면서 패러 하면서 나도 스파이럴 걸리면 정신을 잃게 될 수도 있다던데 그럴 때 저 방법을 사용하면
최소한 정신을 잃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혼자 몇번 따라 해본 적이 있었다.

정신이 혼미해지기 전에 그 때 연습 했듯이 그대로 했다.
일단은 정신을 잃지 않아야 무엇을 하더라도 할 것 아닌가?

훕~ 훕~ 훕~

아마 외부 카메라로 내 얼굴을 찍었다면 텔레비에서 보듯이 내 얼굴이 G 때문에 이리 저리 찌그러져 보였을지도 모른다.

훕~ 훕~이 효과가 있었던지 시야가 트이기 시작했고 정신이 맑아 졌다.

그럴 즈음

교택이가 하는 무전이 들렸다.

“상정아 내말을 믿고 당황하지 말고 내 시키는 대로 따라 해래이.”

말소리가 너무 차분하다.  훕~ 훕~ 덕분에 정신을 잃지 않아서 교택이 말하는 것이 또렷하게 들렸다.

“만세, 만세.” 교택이가 또다시 차분하게 말했다.

당기는 것은 꼼짝도 하지 않던 것이 손을 푸는 것은 쉽게 된다.
어깨에 있던 손을 다 풀고 만세를 했다.

곧이어 글라이더 왼쪽 앞 전 반 이상이 붕괴되면서 순간 무중력 상태인듯 하더니 갑자기  몸이 아래로 확 떨어진다.

“오른쪽 견제 오른쪽 견제..”

오른쪽 견제를 했다.

이제 기체가 안정을 되찾았다.

성난 망아지 처럼 제어가 안될 것만 같던 글라이더가 이제 온순하게 내 몸을 메달고 있다.

기체를 올려다 보니 접힌데 없이 정상 상태다.

기체가 안정을 되찾자 좀 전 까지는 무섭다는 생각을 느낄 겨를도 없었는데

갑자기 무섭다는 생각이 밀려 들고 기분이 몹씨 좋지 않았다.

빨리 내려 가고 싶었다.

편안한 땅위에 발을 딯고 싶었다.

착륙 들어가려고 착륙장 쪽으로 기수를 돌렸다.

조금 전 그 열에 다시 걸릴 까봐서 피해 가면서

교택에게 내려 가고 싶다고 말하니 더 있으라 한다.

기상이 거칠어서 내려 가야 겠다고 하니 돈현에게 무전으로 윗쪽 기상상태가 어떤지를 물어 본다.

돈현이가 내 있는 쪽에는 거친데 이륙장 상공에는 조용하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교택부회장이 이륙장 상공으로 와서 놀고 있으라 한다.

다시 이륙장 상공으로 와서 몇번 왔다 갔다 했다.

아까 열 튀는 장소 부근으로만 가면 고도가 쭉 쭉 올라 갈려 하니 일부러 피해서 왔다 갔다 하다가

다시 교택부회장에게 착륙 들어 가야 겠다고 하니 착륙장에 아무도 없으니
혼자 풍향 판단해서 잘 내릴 수 있을 거 같음 착륙 들어 가라 한다.

지금은 풍향을 잘 판단해서 내리고 아니고를 떠나서 무조건 발이 땅에 닿아야 살 거 같았다.

착륙 들어 가겠다고 보고 해주고 착륙장쪽으로 내 뺐다.

참 사람 맘이 간사 하기도 하지??  
평상 시는 약한 열에도 어쨋 던 고도 높이려고 버티고 수없이 서클링 하고 왔다 갔다 릿지를 탈 때는 언제고
오늘은 내려가지 못해서 이렇게 안달이니.

착륙장으로 향하는 중 에도  가능 하면 열이 없는 곳으로 골라서 다녔다.

머리 위에 떠 있는 구름이 드리우는 그늘 밑에는 상승이 많이 되는 것 같아서 그늘은 피하고 햇빛 비치는 곳으로만 다녔다.

우측으로 가다가 상승음 소리가 ‘띠 띠 띠’ 들리면 좌로 틀어서 ‘삐이이~’ 하면 안심이 되고 그러다가 다시
‘띠 띠 띠’ 울리면 방향을 틀고 이렇게 우여 곡절 끝에 착륙장 상공 까지는 무사히 왔는데 여전히 고도가 이륙장 보다 높은 1,200미터 대다.

제기랄 오늘 따라 왜 이렇게 고도가 안까지는 거야??

이러다 영원히 땅에 못내리고 시커먼 먹구름이 드리워진 하늘나라로 빨려 들어 갈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윗쪽에는 대형 진공청소기를 틀어 놓고 난 한마리 작은 날파리가 되어 진공청소기 입구를 피해서 다니는 거 같은 기분이다.

착륙장 까지 왔는데도 고도 안까지고 자꾸 올라 간다고 하자 윤철이가 현재 고도를 묻는다.

1,200m 대다.

착륙 들어 가다 무전을 들어 보니 용석이는 어느 곳에 내렸나 보다.  윤철이가 용석이 가는 데까지 따라 가다가
무전이 안 되서 여러 번 호출 하는게 들린다.

태만형이 나를 어디서 보았는지 고도 안까지면 진행 방향대로 그대로 길 따라 착륙장 산사면으로 붙어서 쭉 진행하라고 한다.  
그러면 고도 까지니깐 그렇게 하라고 하는데

그러다가 착륙장 못 들어오면 낮선 곳에 내려야 하는데 지금 기분으로는 그렇게 모험을 하고 싶지 않았다.

될수 있음 그래도 한번 내려봐서 친숙한 착륙장 상공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고도가 까지도록 한 후 착륙 해야 겠다고 맘을 먹고
크게 8자비행으로 왔다 갔다. 했다.

고도가 워낙 높으니깐 조금은 여유가 있었기에 어디로 진입해서 어디로 들어 갈지를 미리 머리 속에 그려 놓고 고도정리를 했다.

그런데 여전히 바람 방향을 정확히 알 수가 없어서 바람 방향을 알만한 것을 찾아 보았지만 찾을 길이 없다.

어쨋던 천문과학관 옆 운동장을 최종 착륙지로 정하였기에 착륙 어프로치 하려는 중에 바람개비 방향을 보니 바람이 남동풍이다.  

지금 진행 상태로는 착륙바람이 맞지 않다.

배풍성 측풍착륙이라도 대비하고 운동장 상공까지는 진입 해야 겠다고 생각했지만 위에서 글라이더를 찍어 누르는지 고도가 갑자기 확 까진다.
도저히 운동장까지 갈 고도가 안되겠다.

젠장할 위에 있을 때는 고도 까져라 까져라 해도 잘 안까지더마는..

지상 바람을 다시 한번 확인하기 위해서 B1Nav를 보니, 계기판에 바람 방향은 동풍을 가르킨다.

동풍이라서 앞쪽 야산을 넘어 오는 바람으로 인해 와류가 생겨 침하가 많이 되는 것인가??

도저히 운동장 근처 까지도 가지를 못할 거 같았다.

일단은 계기를 믿어 보기로 했다. 계기 대로라면 동풍이고 동풍이라면 보현리 마을로 가는 도로를 따라 착륙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급하게 바람 방향에 맞는 다른 불시착 장소를 찾다가 도로 넘어 묵은 밭에 풀만 우북하게 난 곳이 눈에 띄였다.

저곳에 내리면 되겠다 싶어서 도로를 넘는데 전신주에 걸릴 거 같았다.

몸을 최대한 뒤로 뉘여 전봇대를 넘자 마자 방향을 틀어 정풍방향으로 기체를 맞춘 후 브레이크를 40프로 정도 잡고 있으니

바람이 세고 정풍이라서 그런지 그대로 스르륵 사뿐하게 수직으로 착지가 된다.

막상 내리고 보니 발 밑은 묵은 밭이 아니고 미나리 밭이었다.

바짝 말라 있었지만 혹시나 주인 볼까 봐서 후다닥 밭 바깥으로 빠져 나왔다.

좀전 착륙하기 바로 직전에 긴박한 상황이었는데 내가 착륙 잘 했는지 걱정이 되었는지 태만형과 윤철이가 나를 호출하는 것을 들었지만
키를 잡을 상황이 아니었다.

땅에 잘 내리고 나서 무사안착 했음을 보고 해주었다.

근데 내가 내린 곳이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지 어디 내렸는지 궁금해 한다.

여차 저차 설명을 해주니 내가 삼각형의 좁은 공간에 내렸는 줄 아셨던지 기술 좋다 하신다.

사실은 미나리 묵 밭에 내렸는데… ㅜㅜ

아무튼 무사히 발이 땅에 닿은 기념, 그리고 착지하기 쉽지 않은 곳에 착륙한 기념으로 기념사진 한장 남기고

기체를 말아 쥐고 바로 옆 천막막사 조그만 공터에서 기체를 갤려고 하는 중에 윤철이가 진입로 쪽으로 착륙 들어 가는 게 보인다.

가까우니 같은 장소로 이동해서 기체를 갤려고 기체를 말아 쥐고 윤철이 내린 곳으로 가다 보니 회장님이 진입로를 따라 막 진입하시는데
측풍 착륙이다.

바람은 동풍인데 남북으로 뻗은 천문과학관 진입로 쪽으로 착륙을 시도 하니 당연 측풍인 것이다.

하지만 동풍 바람에서는 마땅한 착륙 장소 찾기가 애매하다.

그리고 오늘 착륙장 상공 바람은 굉장히 거칠었다. 하강도 심하고 뛰우기도 많이 뛰우고..

하드랜딩이라서 괜찮은지 물었는데 괜찮으시단다.

기체를 개어 넣고 있으려니 회장님도 내가 스파이럴 걸려서 떨어지는 것을 비행하시면서 보셨나 보다.  
워낙 급한 상황이라서 무전기 키도 잡지 않으시고 소리를 질러 셨는데 다행히도 그 소리를 교택 부회장이 듣고 내게 무전을 보낸 것이라 한다.
암튼 다친 데 없어 다행이라 하신다.

걱정을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꾸벅.

무전 교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교택부회장이 항상 무전기를 손에 쥐고 다니는 것도 이해할 만 하다.

회원들 하나둘 착륙 하고 윤철, 태만형, 용석 이륙할 때 열이 부드럽다가, 나, 돈현, 이륙했을 때 거칠다가
나중 박사, 총무, 교택부회장 등 이륙할 때는 열이 식어 버려서 고도를 1200도 못 올렸다 한다.

정말 여름 기상은 타이밍이라 하더니 그 말이 딱 맞나 보다.

구름 속에 들어 갔던 용석이가 차를 얻어 타고 기세도 당당하게 착륙장으로 합류했다.

이륙장에서 이륙하기 전에 구경 하던 등산객에게 부탁하여 절골 터 부근까지 내려 놓은 차를 용석이랑 같이 걸어서 올라가 회수 해가지고 왔다.

오늘도 무사히 모든 회원 들 재밌는 비행, 안전한 비행을 마치고 대구로 돌아 오는 길에 내가 걸린 스파이럴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몰랐던 것과 새로운 여러 가지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상황을 간단히 정리해보자면

열코아를 찾아 계속 우턴 하면서 서클링 중에 어느 순간 열 코아에서 밀려 나면서 열코아 외곽부에 진입 했던 날개의 왼쪽 부분은 들려서 올라가고
오른쪽부분은 하강풍으로 내려가고 여기에 체중을 싣고 있던 기체 회전력의 원심력이 합쳐져서 그대로 급격하게 기체가 기울어 지면서
스파이럴에 들어 갔었나 보더라.

평상 시 같이 왼쪽다리를 오른쪽으로 꼬는 방식으로 몸무게를 실어서 비행 했더라면 코아 서클링 중 미는 타이밍처럼
밀고 들어가면서 빠져 나왔을 건데 오늘 따라 색다른 방법으로 머리를 라이져 뒤로 빼고 윙팁 보일 정도로 몸을 많이 기울이고 회전 하던 중이라서
이미 두손은 브레이크 코드를 같은 길이로 잡고 30프로 정도만 견제하고 있었지만 체중이 뺏겨 큰 각도로 기울어진 글라이더는 평소 보다  깊게 회전에 돌입했고
몇 바퀴 돌면서 강한 스파이럴에 걸렸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중 트렉로그를 다운 받아 살펴보니 당시 체감상 1-200미터 이상 떨어졌다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는 그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스파이럴 걸려서 기체가 돌면서 떨어진 것은 약 50미터 정도 였고 그 후 회복하면서 기체가 슈팅 들어갈 때 견제가 늦어서 앞전이 붕괴되어
수직으로 자유낙하 하면서 떨어진 게 약 14미터 정도. 총 64미터 정도 의도하지 않게 하강 한 것이다.

시간상으로야 불과 수초 정도 밖에 안되겠지만 내겐 무척 긴 시간 처럼 느껴 졌었다.

B1 Nav 상의 최고 침하 속도가 초당 11.5m 라고 되어 있길래 스파이럴 걸려 떨어지는 하강 속도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닌 셈이다.

스파이럴 시 침하 속도가 아니라 그것은 만세해서 기체가 회복되고 나서 몸이 튕기면서 수직 낙하 할 때의 자유낙하 하던 때의 침하 속도인 것이다.

순간 몸이 무중력 상태처럼 되었다가 확 떨어 졌었는데 그 때가 그 때 였던 가 보다.

그리고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G가 걸리게 되면 평상시 손의 무게 보다 G가 걸리는 것에 비례해서 손이 무거워지기 때문에 평상시 보다 훨씬 더 큰 힘으로
브레이크를 당겨야만 겨우 당기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내가 바같 쪽 조종줄로 감속을 시도 했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던 게 그런 이유 때문인 것 같았다.

향후 서클링 중에 의도하지 않은 스파이럴이 걸리게 된다면

제일 좋은 방법은 스파이럴이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여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고
두번 째는 걸리자 마자 적절한 방법으로 잘 빠져 나오는 것이고
세번 째는 걸렸을 때 당황하지 말고 정신을 차려야 하니 아랫배에 힘을 주고 훕~! 훕~!을 정신 잃지 않을 정도로 해야 한다.
그러면서 다음 동작을 생각해야 할 거 같다.

실제로 경험해 보니 스파이럴 자체는 기체가 돌면서 떨어지는 것이니 자유낙하하는 속도 만큼 크지는 않는 것 같다.

암튼 오늘 난 여러 가지 많은 것을 경험하면서 배웠다.

옛말에 잔병치레 잘하는 사람은 큰 병은 없다고 한다.

이렇듯 스파이럴도 의도하지 않게 걸려보고 하니 다음에 이보다 훨씬 안좋은 상황의 스파이럴에 들어가더라도 한번 경험해 보았으니
지금 보다 훨씬 더 잘 대처할 수 있을 거 같은 생각이 든다.

예방주사란게 실제 병에 걸리지 않도록 병에 걸릴 수 있는 병원균을 약화 시켜서 몸에 주입하므로 몸이 스스로 그 병에 이길 수 있는 힘을
가지도록 하는 원리다.

마찬가지로

평소 예방 주사 맞듯이 돌발 상황에 대처한 의도 된 상황연출로 연습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여름이던 내년이던 기회 되면 세이프티 클리닉을 꼭 한번 가보고 싶다.

교택부회장이 돈안들이고 세이프티 잘 했다는데…

난 아직도 배가 고프다.

대구로 돌아와서 참새 방앗간은 집안 제사 관계로 참석하지 못하고 일찍 경산으로 왔다.

오늘 이런 경험이 훗날 더 큰 어려움에 직면 했을 때 분명 내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니 오히려 약이 된 듯 하다.

오늘이 나의 50번째 비행인데

신고식을 톡특히 치른 느낌이다.


<< 비행요약 <<

1. 비행횟수 : 50회

2. 일자 : 2011년 06월 11일(토요일)

3. 글라이더종류 : 에델 라이브 S사이즈 (Edel LIVE S size)

4. 기상
   - 풍속 및 풍향  : 1.1/0.5~1.6m/s(바람 너무 약하다.) 남서, 남동 왔다 갔다 함
    * 주풍이 약하니 열바람이 치고 올라와서 이륙장 바람은 왔다 갔다 함
   - 기온 및 습도 : 27도, 습도 53%

5. 이륙장, 및 고도 : 영천 보현산 남서이륙장  이륙장 높이 1,120m (아센 755 GPS 측정수치)
   * 보현산 시루봉 높이 1,124m

6. 착륙장, 및 고도 : 영천 화북면 정각리 보현산 천문과학관 진입로 건너편 미나리 묵밭 391m
  (아센 755 GPS 측정수치)
   - 이륙장과 착륙장 표고차 729m

7. 비행 중 기록
  7-1. 최고고도 : 1,557m(이륙장 대비  437m 상승)  
  7-2. 최고속도 : 70.0km/h
  7-3. 최대상승 :   2.9m/sec
  7-4. 최대하강 : -11.5m/sec
* 스파이럴 걸린 후 회복될 때 견제가 늦어서 자유낙하 하면서 최대 하강 기록인 듯..

8. 비행시간 : 45분 06초(총누계 비행시간 : 14시간 15분 21초)
  8-1. 이륙시간 : 13시 52분 08초
  8-2. 착륙시간 : 14시 37분 14초

9. 비행거리
  9-1. 총비행거리 : 약 13.4km
  9-2. 직선거리 : 2.95km

10. 비행조건
  10-1. 기류 : 중
- 이륙장 바람은 바람 남서, 남동, 왔다 갔다 함  
- 착륙장 바람은 동풍
  10-2. 지형 : 중, 남동 이륙장의 경우 착륙장이 멀리 바로 보이지만 바람 방향이 이륙장과
         착륙장이 많이 다를 수 있음
  10-3. 이륙장조건 : 중(이륙장 활주 거리가 비교적 짧음)
  10-4. 착륙장조건 : 하(보현산 천문과학관 옆 노외주차장은 천문과학관측에서 착륙 못하게
         하고 혹시라도 주차가 많이 되어 있음 착륙이 곤란 할 수도 있음,
    - 비상 착륙지점인 진입로 좌우측은 물댄 논으로 착륙이 조금 난해함

11. 특기사항
  11-1. 서클링 중 의도하지 않은 스파이럴 들어 갔다고 생각 되면 즉시 조종줄을 풀어주어 빠져 나오고 빠져 나올 때
          앞전  붕괴나 제2의 글라이더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바짝 긴장하고 있다가 적절한 대처를 하던지,
          바같쪽 조종줄을 더 당겨서 감속을 시킨 후 양쪽 조종줄을 같이 서서히 풀어주어 회전에서 회복하던지..
          어쨋던 과조작 오조작은 그냥 만세하고 가만 있는 것 보다 못할 수 도 있다.

          제일 좋은 방법은 스파이럴 들어가지 않는 것이고 두번째는 들어 가더라도 재빨리 회복 하는 것이고,
          세번째는 훕~ 훕~ 으로 정신을 차린 후 차분히 처리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