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48회 비행일지


- 늦은 시간 북자 이륙장 릿지비행 -

일요일이라 9시반까지 회장님 댁에 도착 이다.

종진이가 열풍 단체 티를 일요일날 비행 하려 나오시는 회원들 하루라도 빨리 입을 수 있게 하려고
토요일 밤 늦게 옷을 찾아서 참석 한다고 한다.

오늘은 가봐야 할 잔치도 한군데 있었고 오후에는 멀리 있는 친구가 일이 있어 대구 내려왔다가 올라 가기 전에
잠시 얼굴이라도 보고 가자고 어제 늦게 전화 와서 약속을 해둔 상태라 참석 하지 않으려 했었는데 할 수 없었다.

잔치는 부주를 대신 부치고 친구에게는 비행 가기 땜에 늦어도 괜찮냐니깐
저녁 8시 정도면 괜찮다고 해서 평상 시 뒷풀이 까지 다 해도 그 시간이면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거 같아서 그때 쯤
다시 연락하기로 하고 비행에 참석하기로 했다.

아침에 청호목욕탕 앞에서 종진이를 만나 종진이 차에 기체 3대를 싣고 팽철형님이랑 같이 회장님댁에 도착했다.

회장님은 산행관계로 같이 못가시고 팽철 부회장, 교택 부회장, 병철 총무, 태만형, 윤철, 종진, 용석, 나, 박사, 돈현
이렇게 10명이 참석 이다.

일본 옆으로 태풍 지나간다는데 그 영향 때문인지 바람이 강하고 동자 바람이라서 왠만한 이륙장은
모두 방향이 잘 맞지 않는가 보다.

우리팀은 논의 끝에 오늘도 어제에 이어 합천 대암산으로 가기로 하고 출발했다.

오전에 한 비행 할 작정으로 착륙장부터 들러 보니 어제 밀사리 축제 뒷정리가 되지 않아서 천막이 그대로 쳐진 채 있다.

텐트 대여 업체에서 30여동이 넘는 텐트를 단 두 사람이 와서 텐트를 걷는데 많이 해본 솜씨로 혼자서 천막을 걷는 모양새가
보기만 해도 즐거울 정도로 잘 한다.

착륙장 윈드쌕이 미친듯이 날뛰는 것을 보니 지금 이륙은 힘들 거라고 다들 눈치만 본다.

어차피 이륙장에 못 올라 갈 거면 예전부터 하려고 벼르기만 했던 보조산 정리를 하자고 해서
소원풀이 하기로 했다.


교택 부회장이 어차피 새로 포장할거니깐 하네스를 착용하고 보조산을 한번 던져 보라고 하는데
손잡이를 잡고 던지면 바람에 쉽게 펴져서 잘못하면 날려 갈까 봐 잔뜩 긴장하고 던졌는데…

어렵쇼??

쉽게 펴질 거 같은 보조산이 하네스 컨테이너에서 빠지지 조차 않는다.

두손으로 당겨도 안빠진다.

지켜보던 회원들이 선자세로는 잘 안빠질 수도 있으니 비행하는 자세로 한번 해보라 한다.

회원 두명이 비행자세처럼 하네스를 올려 주고 다시 해봐도 여전히 안빠진다.
자세히 살펴보니 셋팅이 잘 못 되어 있었다.

보조산 줄이 풋바줄 안쪽으로 들어가 있어서 잘 빠지지 않았던 것이다.


한두달 전에 하네스가 너무 더러워서 보조산을 탈거하고 하네스를 세탁한적이 있는데
그때 혼자 새로 장착 하면서 잘못 되었었나 보다.

근데 그때 잘 빠지나 안빠지나 시험도 해봤는데 그땐 잘 빠졌었는데??? 그 중간에 어떻게 엉켯나???

만약 실전이었다면 난 죽은 목숨 인 것이나 다름없다.
식은땀이 등에서 좌악 흐른다.

이런 이유때문인지 그 동안 내내 맘속에 찝찜함이 있었던 것인가??

흘러 다니는 동영상을 보니 진공포장으로 밀폐해둔 10년 넘은 보조산을 고공 크레인에서
실제 비행자의 무게추를 달고 산개시험을 했는데  보조산이 팡하고 펼쳐질 때
그 충격으로 습자지 찢어지듯 보조산이 산산조각 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다행이 나의 보조산은 10년 넘게 처음 포장 그대로 였지만 바람에 밀려 팽팽해진 상태를 보니
그리 우려할 만 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리고 동영상의 경우 자유낙하 하는 비행자 무게를 그대로 받아 내지만 실제 보조산을 산개할 시에는
캐노피가 있는 상태에서 펼쳐지기에 받는 충격이 실험과 실제는 다른 것이리라 생각한다.

보조산 새로 포장하고 하네스 셋팅 하는데 여러 회원들 모두 나서서 교육 실습 겸 도와서 해주는 게 고마웠다.

보조산을 하네스에 셋팅 하면서 하네스가 많이 낡았으니 하나 바꾸라고 한다.

저번부터 하네스 사이즈가 내게 맞지 않아 바꿀까 말까 많이 고민 했던 터라 다시 고려를 해봐야 겠다.

비행횟수는 50회도 안되어 많이 사용하진 않았지만 제조한 기간이 12년째니 천이나 실밥 같은 것이
많이 삭았나 보다.  기름기가 빠졌다고 해야 하나??

조금만 충격이나 힘이 가도 천이 쭉 쭉 째지고 실밥이 잘 터진다.
하네스를 새로 바꾸 긴 해야 겠다.

오전은 그렇게 보내다가 점심을 먹고 이륙장에 올랐다.

이륙장 올라가기전에 착륙장에 잠시 들러 보니 천막은 이제 다 치워져서 학교 운동장을 착륙장으로
사용해도 되겠다.

바람이 세서 그런지 이륙장 밑 주차 하는 곳에 다른 팀의 차가 어제완 다르게 한대도 없다.
예상했던 대로 이륙장 바람은 장난이 아니다.

바람 세기도 세기지만 가스터가 심해 한번씩 몰아 칠 때는 초속 6미터 이상 나온다.

바람과 함께 합해지면 순간 초속 10미터대가 넘어 설 것이다.

교택 부회장 말대로 센 바람이나 가스터라도 꾸준하게 들어 온다면 괜찮은데 순간적으로 몰아치는
바람이라서 기체가 많이 피칭되고 위험하다 한다.

바람 센날 이륙장 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사진도 찍고 라디오도 들으면서 팽나무 그늘에서 잡담으로 바람이 잦아지길 기다리고 있다가
시간이 흘러도 바람 잘 기미가 보이지 않자 몇몇 회원들은 족구나 합시다 하고 차 세운데로 내려가 버리고
남은 회원들도 좀더 기다리다 비행은 안 되겠다 싶어서 철수하기로 했다.

선배들 이야기 들어보니 대암산에서 비행 못하고 걸어서 내려가긴 처음이라 한다.

암튼 이러한 경우가 흔한 일은 아닌가 보다.

학교 운동장에 족구 하려고 다시 내려와 보니 너무 땡볕이다.
오전에 천막이 있을 때는 그늘이 있어서 좋았는데…

울산에서 온 다른 팀원들은 이륙장에 올라올 생각도 않고 지상연습이 한창이다.
잔디가 좋은 이곳에서 나도 지상연습을 좀 했음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일부러 바쁜 평일날 시간 내서 지상 연습 하는 것도 좋겠지만 이런 기회에 해보는 것도 나쁠 것은 없을텐데…
자꾸 주장하기도 그렇고 총무한테 살짝 그런 의도를 비쳤더니

총무님이 내 맘을 알아차렸는지

굳이 잔디 잘 깔린 합천 대암산 와서 지상연습 해야 될 사람도 있는데 그러지 않고 바쁜 평일 날 따로 모여
지상연습 할 필요 있냐?  지상 연습 좀 하다 갑시다 한다.

에구 고맙구로..

덕분에 용석과, 나, 그리고 기체 바꾼 돈현이랑 같이 지상연습을 했다.

날씨가 더우니 많이 하지도 못하겠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비오 듯 쏟아진다.

30여분 정도 지상 연습 하다가 점심 먹은 식당에서 물을 받아 와서 물한잔 씩 먹고 대구로 올라 왔다.

올라오는 길에 구지 대니산 들러서 바람 방향 맞으면 비행하고 아니면 근처 운동장에서 족구나 한판 하고
대구 들어 가자 한다.

별로 한일도 없는데 피곤 했는지 올라가는 차안에서 내내 자다가 눈을 뜨 보니 구지 초등학교 앞이다.

바로 운동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니 구지 대니산도 바람이 맞지 않나 보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피곤하기도 하고 족구 안하려 했는데 돈 걸고 내기족구 하는데 누구도 열외 없다 해서 교택부회장 제안으로
용석과 나랑 가위 바위 보 해서 선수를 선발해서 팀을 꾸려 내기족구를 하기로 했다. 대신에 족구 뛰지는 않고
막걸리만 사오는 것으로..

내가 가위 바위 보에서 이겨서 교택과 돈현이 둘 중에 고민하다, 아무래도 젊은 피가 낫겟지 하고 돈현이를
먼저 뽑고 용석이가 교택이를 뽑고 그런 식으로 선수를 제각각 다 뽑아서 내기 족구를 했는데

우리팀이 졌다.

패인은 다 좋은데 박사의 미친 듯이 일취월장한 실력을 과소 평가 한데 있었다.
박사가 받아야 할 공을 못 받으면 당연한 것인데

박사가 당연히 못 받을 공을 몇 개 받아 버리니 우리 팀 사기가 저하 되었다 한다.

첫 게임 2대0으로 져 버리고 게임비로 장봐온 막걸리랑 안주, 과자 등을 먹고 두번째 게임을 했는데
두 번째 게임도 져 버려서 내기 족구는 그만하고 친선게임으로 선수들끼리만 맥주 내기 게임을 할 즈음

대니산에 기체가 한 두 대 떠 다니는 게 보인다.

족구하는 회원들도 지켜보는 회원들도 모두 맘은 콩밭에 가있고
총무님 오랜만에 나오고 다음주도 못나온다고 비행하러 가자고 조른다.

돈현이도 비행에 목말라 비행하러 갑시다. 해서 족구를 접고 비행하러 갔다.

센바람에 비행이 되겠나 싶었는데

북자 이륙장에 올라 보니 생각 외로 바람이 세긴 하지만 꾸준하게 부는 게 깨끗한 바람이다.

열풍생기고 이렇게 늦은 시간에 비행하러 올라가긴 처음이라는데 거의 6시가 다 되어서 비행을 하는 셈이다.  
오늘 여러모로 처음인게 참 많다.

몇몇 회원 이륙해서 나가는데 북동동 바람이라서 날개 오른쪽 팁이 살짝 접히고 다시 펴지면서 이륙을 한다.
어제 발라스트 백 자크 수리 때문에 빅버드 조회장님에게 맏겨 둔 상태라 계기판 부착할 발라스트 백이 없다.
하는 수 없이 B1 Nav과 GPS 755는 어깨끈에 매달아 깊숙한 곳에 넣어 두었다. 소리만 들을 수 있도록
바람 방향에 맞춰 기체를 살짝 오른쪽으로 돌려 놓고 후방으로 이륙을 준비 했다.

기체 세우기 까진 잘했는데 턴을 하고 뛰어 야 하는데 북동바람을 맞아 기체 제압이 완벽하지 못하니
바람 방향으로 기체가 진행을 한다.

이륙장 활주로 우측을 살짝 벗어나 기울어진 방향으로 뛰면서 바닥을 보니 나무 베어 눕혀 놓은 나무줄기,
그루터기 등등 조건이 별로다.

뒤에서 무전으로 왼쪽견제 왼쪽견제란 말이 들려 왔지만

발아래 신경 써느라 행동이 즉각 나오지 않았다.

이륙속도가 점점 줄어드니 더 이상은 이륙이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 순간
100프로 견제라고 한다.

100프로 견제 하니 활주 바닥 조건이 좋지 않아 속도를 못 내다 보니 나 보다 빨리 나가 있던 기체가 앞쪽으로
주저 앉아 나무 베어 눕혀 놓은 곳에 걸쳐진다.

매미 아닌 매미다.

교택이가 와서  걸쳐진 산줄을 걷어 내 준다.

미안했다.

기체를 둘러 메고 종관 형님이랑 헬기장 위에서 산줄 정리를 다시 했다.

그 동안 다른 회원들은 다 이륙하고 나만 남았다.
다들 고도 잘 올리고 잘 놀고 있다.

두 번째는 무난히 이륙은 했다.

북동바람에 이륙을 했기에 바람이 북동이라고 생각했다.

이륙하고 기체 안정이 되자 마자 우쪽으로 방향을 틀어 게걸음 비행으로 우측으로 붙였다.

최대한 붙인다고 붙였는데 나뭇가지 끝에 하네스가 걸릴 듯 해서 엉덩이가 간질 간질하다.

산사면으로 붙여도 상승이 되길래 좀더 과감히 산사면으로 붙이면서 용석 말대로 나뭇가지 잎을 보니 뒤집어
져서 하얗게 보인다. 즉 바람이 세단 의미리라.

메달아 놓은 바리오에서 상승음이 점차 크게 울리다가 최대한 크게 울린다고 생각 되는 지점에서
부드럽게 턴을 했다.

이제 방향을 틀어 이륙장을 향해 산사면으로 붙이자 고도가 점차 높아진다.

고도가 어느 정도 높아져서 능선위로 올라오게 되자 맘이 편안해 진다. 이제 안정권이다.
짧게 짧게 릿지 하다가 점점 길게 릿지를 했다.

길게 릿지를 하니 골 시작 부위에서 고도가 까지다가 골 중간에서는  올라오는 열을 받아 다시 상승이 된다.

위에서 팽철 부회장이 지켜보는지 어디 어디로 넘어가면 안된다. 고도 까진다고 힌트를 준다.

윤철이도 고도 높으니 능선위로 붙여도 된다고 한다.

센바람에 능선위로 붙여 넘어 갈 것을 대비해 좌우 조종줄을 신경 써면서 진행하니 고도가 점차 더 많이 올라 간다.

바람이 조금 약해질때는 오히려 조금 앞쪽으로 빼서 골에서 바람타고 올라오는 열을 잡아 짧게 릿지 타듯이 좌우로
왔다 갔다 하니 고도가 잡기가 더 수훨 하다.

이제 비행하는 기체들 중 제일 높이는 아니지만 중간 정도는 되는 고도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릿지 비행을 즐겼다.

근데 하네스가 크긴 크다.
체중 이동을 한다고 다리를 꼬고 앉으면 기울어 지는 쪽으로 5센티 정도 엉덩이가 하네스에 쭉쭉 미끌어 진다.
다음엔 하네스 교체하기 전까지  최대한 더 끈을 줄여서 타봐야 겠다.

어제까지만 해도 낙하산이 내심 신경이 써 였는데 이젠 낙하산이 해결 되고 나니 조금 더 과감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처음에 올라 갈 때 딱 30분만 비행하고 내려가자 하더니만 먼저 비행한 회원들은 30분도 훨씬 넘었을 시간인데도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계속 왔다 갔다 하면서 릿지 비행 하는 중에

용석이와 몇 몇기체가 앞쪽으로 쭉 뺀다.

착륙 들어 가는 중이구나 생각하고 나도 따라 들어 가려고 사면 상승대를 벗어나서 앞쪽으로 빼는데
윤철이가 나를 봤는지 벌써 들어가려고 하나? 한다.

그러는 중에 먼저 앞쪽으로 향했던 용석이 기체가 착륙 하는 게 아니라 열 사냥 중이었나 보다.
회전을 하고 있길래 나도 착륙장 쪽으로 가다 말고 다시 턴해서 사면으로 붙였다.

앞쪽으로 빼면서 고도가 조금 까졌지만 다시 사면으로 붙여 고도를 올렸다.

고도가 낮을때는 통신탑 앞쪽으로 피해서 지나 갔지만
고도가 통신탑 보다 높아졌을 때는 그 위를 날아 보았다.

뾰죽한 통신탑의 끝이 엉덩이에 똥침 이라도 놓을 듯 하게 느껴진다.

어제도 오늘도 디카를 미리 준비하지 못해서 아쉽다.
우리 회원들과 스쳐 지나가면서 사진을 찍으면 좋았을 텐데…

비행한지 짐작으로 대충 30여분 가까이 비행하자 나보다 먼저 이륙해서 더 많이 비행하신 다른 사람들도
이제 내려 갈려는 모양이다.  

7시까지만 조금 더 버티다가 착륙하자고 하신다.


착륙장으로 내려 갔는지 교택 부회장에게서 무전이 온다.
바람 약해져서 이륙장 보다 고도 낮은 사람들은 앞에 산능선 넘지 못할 수도 있으니 미리 미리 착륙 준비하고
한꺼번에 들어오면 착륙장이 혼잡하니 알아서들 들어 오라고…


해떨어지고 바람이 잦아 들면 자칫하면 내기체 엘디로 봤을 때 착륙장 까지 못가고
중간에 불시착 해야 할 수도 있을거 같단 생각에 그만 놀고 들어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이륙장 좌에서 우로 릿지 하면서 보니 50미터 아래 앞쪽에서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는
용석이 기체 뒷모습이 보인다.

그 뒤를 졸졸 따라가면서 보니 내가 용석이 기체 보다 위에 있어서
그런지 아님 1급과 1-2급의 차이인지 간격이 점점 좁혀진다.

능선 끝 쪽에서 방향을 틀더니 착륙장 쪽으로 향한다.
착륙하려는 모양이다.

나도 능선 쪽 조금 지나쳐서 다시 용석을 향해서 날아갔다.

확실히 내 기체가 속력이 더 빠른가 보다.

이제 용석이 기체가 고개 돌리면 바로 밑에 손으로 잡으면 잘 힐 듯한 거리로 나란히 비행했다.

착륙할거냐고 물으니 알아 들었는지 말을 하고 손짓을 한다.
대충 알아 들었다고 고개 끄덕이고 착륙을 위해 진행했다.

짙은 초록색 산 바탕에 빨강, 파랑, 하얀색 무늬 기체가 무척 아름답게 느껴진다.

착륙장에서 현재 착륙장 바람은 무풍이라고 알려준다.

나중에 들으니 무풍이고 북서끼가 있다고 했었다는데 난 그 뒷말은 듣지를 못했다.
무풍이라고 하니 아무 쪽이나 내가 내리고 싶은 데로 방향을 정해서 내리면 되겠구나 생각했다.

용석이가 우측으로 가길래 난 동시에 진입해서 혼잡을 막으려고 더 직진했다가
제방 뚝 길이 방향으로 고도처리 해서 제방 뚝 길이 방향으로 랜딩 하려 했다.

고도가 그래도 많이 남았기에 고도 처리하면서
용석이 기체를 찾아보니 순간 안보인다.

목을 빼고 좌우 아래로
설마 위로 가진 안했는데 그래도 혹시 싶어 위도 올려다봤지만 없다.

할수 없다.

고도가 한참 많이 남아서 마을 좌측 상공에서 고도 처리하여 제방 뚝 방향으로 길게 랜딩하려고 랜딩 들어가면서
바람방향을 확인할 만한 것을 찾아 보았지만 눈에 띄는 게 별로 없다.  
발라스트 백이 없어 계기를 보지 못하니 속력으로 바람 방향 파악하기도 힘들다.
제방뚝에 꽂힌 깃발은 너무 높아서 잘 보이진 않지만 차렷 자세인 거 같다.

최종 고도 처리 직전에 바람 방향을 재확인하려고 보니 제방에 박힌 말뚝에 깃발이 내가 내리려는 반대 방향이다.
즉 배풍인 것이다.

에구 너무 늦었다.

내가 기체 방향을 정풍으로 맞추려고 방향을 틀게 되면 제방 안쪽 하천에 내려야 할 판이다. 오히려 급하게 턴하는 것이
오히려 더 위험 할 수 있겠다 싶어 차라리 각오를 하고 배풍 착륙이 낫겠다 싶었다.

발라스트 백이 없어 계기를 메달아 놓앗기에 속도를 볼 수는 없었지만 속도가 무척 빠르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수 있을 정도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배풍 받아 착륙 직전 속도가 시속 27킬로 였더라.

배풍 착륙에 대비해서 브레이크 줄을 다 놓고 속도를 붙였다.

그리고 기체 앞전이 흔들리지 않게 손을 올려 브레이크 코드를 2-3번 손에 말아 쥐고
배풍 착륙에 대비했다.

착지 하는 면도 제방뚝 쇄석 부설해 놓은 노면에는 미끄러지거나 더 많이 다칠 거 같아서
제방뚝 사면 풀씨 뿌려 풀이 난 곳을 선택 했다. 항공기 동체 착륙하듯이 스키딩 효과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고도가 낮아짐에 따라 서서히 코드를 당기기 시작하다 최종 순간에 있은 힘을 쏟아 확 당겼다.

그래도 배풍이라서 속도가 빠르다.

최대한 몸을 뒤로 눕혀 하네스로 스키딩 되도록 해서 하네스가 충격을 흡수하게 하여 하드랜딩을 했다.

하드랜딩 완료.

다치지 않았냐고 누군가 소리쳐 묻는다.
괜찮다고 말하자 옆에서 기체 개고 있던

박사가 왜 형님은 남들 다 내리는 방향 반대로 내리느냐 한다.

교택이가 회초리 들고 쫓아 오면서 “내가 왜 온지 알지?” 한다.  그럼 알지요.. ㅎㅎ

나중에 이야기 들어보니 내 무전기 키가 잡혀서 지금 고도 처리 하는게 배풍 쪽이라고 말해도 되지도 않고
밑에서는 배풍 진입하는 날 보고 걱정 많이 했다 한다.

걱정 끼쳐서 미안합니다.

사고가 나려면 여러 가지 실수들이 겹쳐서 귀신 씌듯이 그런가 보다.

오늘도 바람 방향은 항상 바뀌는데 알고 있으면서도

즉 이륙장 바람은 아래에서 북동이 불어도 북동이 될수 있고 북서가 불어도 북동이 될 수 있는데 이륙을 두번째만에 하면서
머리속에 북동바람이라 생각 했었고

차라리 어제 대암산에 처럼 혼자 착륙 들어 갔다면 바람 방향을 스스로 살펴 좀더 적극적으로 대처했을 텐데  
무전으로 바람 방향이 무풍이라는 소리에 그냥 아무 쪽이나 편한 대로 착륙하면 되겠구나 단순하게 생각 했었고

발라스트 백이 있었다면 계기속도를 보면서 바람 방향을 다시 한번 점검 했을 텐데 그럴 형편이 못되었고
무전기도 훼필 이면 키가 잡혀 있어서 밑에서는 배풍 진입이라고 애타게 말했지만 난 전혀 알아 들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오늘 여러 가지로 느낀 점도 많고 고쳐야 할 점도 많은 아쉬운 비행이다.

하지만
이제 앞으로는 이런 일들로 의기소침하고 침울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좋게 좋게 긍정적으로만 생각하기로 했다.

일주일 기다려서 스트레스 풀고 즐겁자고 비행하러 나오는데 사소한 것들로 스트레스 받기는 싫은 것이다.


분명 잘못된 점은 고쳐야 겠지만


한때 난 왜 이럴까? 왜 안될까? 그 문제로 고민하다 보니 모든 게 귀찮아 지고 싫어 질 때도 있었는데
생각을 고쳐 먹기로 했다.


오늘 난 배풍 착륙 연습을 한번 더 했잖아.. ㅎㅎㅎ
손끝 하나 다친 데 없으니 그 점 감사하게 생각하고 고맙게 생각한다.

기체를 접고 오늘 포기 했던 비행을 총무님 덕분에 하게 된점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어둑 해져서 대구에 도착, 저녁에 약속이 있는데 가지도 못하고 휴대폰 밧데리도 다 되어 버려서 친구에게 연락도 못 해주고…
나중에 세븐 충전기로 충전을 한 후 약속 못지켜 미안하다 말하고 늦은 저녁 먹고 1차로 헤어질 사람들은 헤어져서
아침에 모였던 청호목욕탕 앞에 도착하니 10시가 넘었다.

팽철 형이 목욕하고 가라 해서 목욕탕에서 간단하게 씻고 나왔다.


오늘도 즐거운 비행 후 노곤한 몸을 누이면서 좀더 나은 비행을 꿈군다.


<< 비행요약 <<

1. 비행횟수 : 48회

2. 일자 : 2011년 05월 29일(일요일)

3. 글라이더종류 : 에델 라이브 S사이즈 (Edel LIVE S size)

4. 기상

   - 풍속 및 풍향  : 2.7/1.6~3.8m/s(바람 좀 센편), 북동

   - 기온 및 습도 : 25도, 습도 31%

5. 이륙장, 및 고도 : 구지 대니산 북자이륙장, 약 395m(아센 755 GPS 측정수치)

6. 착륙장, 및 고도 : 달성군 현풍면 현풍천 제방 위 25m(아센 755 GPS 측정수치)

   - 이륙장과 착륙장 표고차 370m

7. 비행 중 기록

   7-1. 최고고도 :  474m(이륙장 대비 79m 더 높이 올라감)

   7-2. 최고속도 : 46.2km/h

   7-3. 최대상승 : 0.9m/sec

   7-4. 최대하강 : -2.0m/sec

8. 비행시간 : 31분 57초(총누계 비행시간 : 13시간 09분 31초)

  8-1. 이륙시간 : 18시 22분 01초

  8-2. 착륙시간 : 18시 53분 58초

9. 비행거리

  9-1. 총비행거리 : 약 13.8km

  9-2. 직선거리 :   1.87km

10. 비행조건

  10-1. 기류 : 상(이륙장 바람 북동, 착륙장 바람 북서)  

  10-2. 지형 : 중, 이륙장에서 착륙장이 보이지 않아서 조금은 불안하며, 바람이 셀 경우 이륙장 앞의 작은

                    산으로 인한  와류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곳임

  10-3. 이륙장조건 : 바람이 북동으로 불어와서 (헬기장, 활주거리가 길지 않고 이륙 후 싱크 지역에

       키큰 나무가 있어서 심리적으로 조금 불안감을 느끼게 하고 와류로 인해 싱크 되면 나무에 걸리기 쉬운 곳임)

  10-4. 착륙장조건 : 중(착륙장 바람은 거의 무풍, 북서풍 이었음), 보리인지 밀인지 작물 추수하고 있었음,              

          착륙하기에 나쁘진 않았으며, 당일 현풍천 제방 뚝에 배풍 착륙함)

11. 특기사항

  11-1. 11년 만에 보조낙하산을 재포장하고 하네스에 재 셋팅 했다.

  11-2. 무선 침묵이 오래 진행되면 무전기를 다시 한번 살펴 보아야 겠다. 혹시 키가 잡히지 않았는지

  11-3. 착륙장 진입 시 최종 착륙 바람 판단은 어떤 경우던지 본인이 스스로 재차 확인하도록 하자.

  11-4. 어쩔 수 없는 배풍 착륙도 침착하게만 대처한다면 절대 생각만큼 위험하지 않다.

         호랑이 굴에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는 속담을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