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회 비행

- 고추밭은 위험하다? -

일요일 비상근무라서 토요일 비행하려고 맘을 먹고 있었는데 강풍으로 토요일 비행이 취소 되었다는 문자를 받고
일요일이라도 비행할 요량으로 잽싸게 토요일비상근무자와 근무를 바꾸었다.

일요일 아침

팽철 부회장을 태우고 10시반에 고문님댁에 도착했다. 정두형은 어제 송년회 과음으로 못 나오신단다.

다른 분들도 송별회 후휴증인가? 평소 보이던 얼굴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나온 사람들도 술이 아직 덜 깬 듯 피곤함이 묻어 있었다.

참석인원은 김기홍 신임회장님, 팽철부회장, 교택 신임부회장, 병철 총무, 태만형, 정수형, 자천형,  이상정  이상 8명, 평소보다 적은 인원이다.

신임회장님 차에 장비를 싣고 합천 대암산으로 향했다.
보현산쪽으로 갈까 하는 이야기도 잠시 나왔는데 오늘도 역시 보현산은 자신을 허락하지 않았다.

가는 중에 용석에게 합천 대암산으로 간다고 연락해주고 후발대로 출발하는 박사, 돈현과 같이 합류해서 오라고 전했다.

합천 톨게이트 나서자 구제역 때문에 차가 지나가니 소독약을 뿌려 댄다.

걱정이다. 빨리 이 사태가 안정 되어야 할 텐데 주말에도 나와서 일하는 거 보니 남의 일 같지 않다.

1시간 10여분 달려 전화로 미리 주문해 놓은 동산기사식당에 도착했다.

이곳 냄비밥은 여전히 맛있다.

점심 다 먹을 즈음 성언씨가 늦게 합류했고 식사를 마치고 같이 이륙장으로 올랐다.

두달 반만에 다시 대암산 정상이다.

오늘은 남부지역 리그전 하는 날이라고 하던데 선수들로 붐빈다.

기상이 좋지 않아 다들 관망하는 분위기 였는데

한두명씩 살짜기 올라오는 바람에 이륙해서 나간다.

몇 명 이륙하는 거 도와주고 나도 장비 셋팅을 했다.

이륙장 한켠 팽나무에 묶어 놓은 붉은색 리본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니 무풍이다.
하늘창에도 여전히 커튼이 드리워져 선글라스를 굳이 끼지 않아도 될 정도다.

고참들이 한마디씩 던진다. 오늘은 완전 쫄이다.
탕수만 채워야 겠다.

그래. 오늘은 쫄이구나. 나도 탕수만 채우자.

잠시 기다리자 바람이 올라온다.

약하긴 하지만 이륙 못할 정도는 아니다.

오늘 운전봉사는 태만형이 하기로 했다.

기체를 수리 때문에 공장에 보냈기에 기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운전봉사해주기 위해 참석하셨다 한다.
열정이 대단하다.

차를 끌고 내려가시기 전에

"잘못하면 내보다 먼저 착륙장에 도착 할라?" 하신다.

활주로에 접어들어 준비하고

"하나, 둘, 셋!" 출발

기체를 세우고  브레이크 코드를 잡고 견제하는데 뭔가 이상하다.

'이런~ 덴장할'

왼쪽 브레이크 코드가 꼬였다.

라이져에 한바퀴 돌아서 손에 쥐어져 있다.

여기에 신경 써느라 주춤 하다 보니 자세를 잡고 뛰어 나갈 시간도 없이 발이 허공에 떴다 떨어진다.
이내 브레이크 코드에 관한 생각은 잊어 버리고 그대로 자세를 조금 더 숙여 뛰어나가자 어렵잖게 몸이 허공에 뜬다.

맘에 들지 않는 이륙이다.

하네스에 앉으면서 조종줄을 놓고 한바퀴 꼬인 브레이크 코드를 풀었다.

아직 기본적인 것에서 버벅 대는거 보니 난 아직 멀었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해본다.

합천 대암산은 열풍에서의 첫 비행을 한 곳이라 조금은 만만한 곳이다.

바람이 무풍에 가까워서 인지 골을 지날때도 크게 고도 침하는 없고 또한 산줄기를 돌아나갈 때 상승도 없었다.

저번주에 상목형이 빌려주신 소리만 나는 바리오를 헬멧에 부착해 놓았지만 먹통이다.  
비행 중 한번도 상승음이 들리지 않기에 당시에는 햇볕이 없어서 꺼졌나 생각했는데
(태양열로 충전시키는 것인데 밧데리가 오래되어서 성능이 많이 떨어 져 있었다.)
나중에 비행로그를 보니 상승은 없이 계속 하강만 있었던 거 였다.  
이놈이 상승시에만 삐삐 소리가 나고 하강시엔 소리가 원래 없는 것이다.

예전에 열을 잡아 서클링을 한곳에 이르자 벙벙한게 열이 작아서 상승은 없지만 침하속도도 드디다.
거품성 열인듯 날개의 좌우 팁이 흔들린다.

이륙장을 보니 고도가 높아서 몇번 턴을 해야 할거 같았다.

착륙장에 맞추어 고도처리를 위한 큰 S자를 그리면서 착륙 접근을 했다.

착륙장 풍향을 물어보려고
태만형을 찾아보았지만 응답이 없다.
아까 태만형 말대로 차끌고 내려올 태만형 보다 내가 먼저 내려왔나 보다.

운동장 한켠에 세워진 윈드쌕을 보니 거의 무풍이다.

무풍이면 착륙거리가 길어진다??

마지막 S자를 그리면서 바로 들어갈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가
높으면 저번에 대학생 한명 울타리 넘어서 길로 떨어지는 것을 본터라
남아서 위험한거 보다는 차라리 못미치면 밭에 내리면 되지 하는 생각에 한번 더 고도처리를 위한 턴을 했는데
이것이 판단 미쓰다. 그대로 진입했다면 아마 간신히 라도 운동장에 내렸을 텐데

마지막 반바퀴 돌리는 상태에서 태만형님과 교신이 이루어졌고 태만형이 '그만 회전하고 만세하고 들어오라' 하신다.

바로 방향을 틀어 만세 해보지만

역시나 너무 많은 턴으로 고도가 낮다.

최대한 저항 적게 받게 하려고 발을 모으고 나가보지만 역부족

운동장 못미쳐 상단 고추밭에 불시착 한다.

고추 심어 놓았던 골사이에 절묘하게 두발 착지를 했지만 내리고 보니 어이쿠 고추 말뚝이 모두다 철근이다.

하마터면 고기산적 될 뻔 했구나.

가슴이 철렁했다. 불시착 하더라도 고추밭은 과수원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했다.

고추는 다따내고 말라비틀어진 가지에 얽힌 산줄을 걷어내는데 이것은 저번 이륙매미 된 것 보다 산줄걷기가 더 힘든다.  

하나 하나 걷어 내는데 애를 먹겠다.

겨우 겨우 기체를 말아 쥐고 근처 묘터로 옮겨 그곳에서 기체를 다시 개어 정리 했다.


<< 비행요약 <<

1. 비행횟수 : 19회

2. 일자 : 2010년 12월 12일(일요일)

3. 글라이더종류 : 에델 라이브 S사이즈 (Edel LIVE S size)

4. 풍속 :  거의 무풍, 아주 약한 북동풍, 동풍
  - 기온 0.1도, 습도 48%

5. 이륙장, 및 고도 : 합천 대암산 591m(아센 755 GPS 측정수치 는 약 587m)

6. 착륙장, 및 고도 : 합천군 초계면 택리 착륙장 40m 못미친 고추밭, 고도 51m
  - 표고차 : 536m

7. 비행 중 기록
  7-1. 최고고도 :
  7-2. 최고속도 : 47.8km/h

8. 비행시간 : 6분 23초(총누계 05시간 35분 47초)
  8-1. 이륙시간 : 13시 39분 09초
  8-2. 착륙시간 : 13시 45분 32초

9. 비행거리
  9-1. 총비행거리 : 약 3.6km
  9-2. 직선거리 : 2.7km

10. 비행조건
  10-1. 기류 : 하(바람 방향 동풍, 북동동)
  10-2. 지형 : 상
  10-3. 이륙장조건 : 중(바람이 조금 약함)
  10-4. 착륙장조건 : 상(넓은 잔디 운동장)

11. 특기사항
  11-1. 고추밭은 오히려 과수원보다 위험할 수 있다.
  11-2. 고도처리는 착륙장 상공 근처에서 하도록 하자.



■ 20회 비행

- 기체를 느껴 본다 -

기체를 접어 넣은 후 다시 이륙장으로 올라 가려고 준비하는데
교택과 자천형, 그리고 늦게 합류한 박사, 돈현은 어차피 쫄탕 비행할거 LD체크 겸 누가 누가 멀리가나 내기 비행을 했다고 한다.
자천형이 중간에 내렸다는 말은 들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나도 한번 해봤으면 …

정수형, 총무, 용석, 성언씨, 종관씨 등 차에 타고 다시 올라 갔다. 팽철형 은 착륙장에서 콜 받아주시기로 했다.

이륙장에 올라보니 첫비행 때 남부지역 리그전으로 왁자지끌 하던 사람들이 텅 비어 몇사람 남아 있지 않았다. 적막감 마져 들정도로..

여전히 하늘창엔 커튼이 쳐져 오늘은 햇볕을 내보내지 않을 모양이다.
바람은 처음 보다 훨씬 많이 분다.

이번에는 용석이를 먼저 뛰웠고 착륙장에서 팽철부회장이 유도하기로 했다.  무난하게 이륙해서 나간다.

다음엔 내가 활주로에 섰다.

처음보다는 잘 이륙했지만 여전히 내맘에 들지는 않는다.

요 근래 들어 느끼는 점인데 하네스가 크다고 좌우상하 벨트를 최대한 줄여 놓아서 그런지
발이 허공에서 뜨고 뒤로 누우면 그전에는 95% 이상 저절로 앉아 졌었는데  이제는 두손으로 하네스를 당겨서 앉아도
딱 맞게 앉아지질 않는다. 뭔가 자세가 불안하다.

조만간 하네스 조정을 다시 해야만 할거 같단 생각이 든다.

어차피 열비행도 안되는 기상이고 편안한 맘으로 바뀐 기체를 느껴 보기로 했다.

첫비행 때 착륙장 못미쳤으니 두번째는 착륙장  가까이 에서 고도처리 해야지 하는 생각만 갖고
착륙장 상공 근처까지 편안하게 날아 갔다.

기체를 올려다 보면서 바뀐 기체인 라이브는 어느 정도 브레이크를 당기면 뒷전이 접혀 지는지 살짜기 당겨보았다.

바람저항에 활처럼 휘어진 브레이크 줄이 탱탱하게 당겨지면서 뒷전이 살짝 접히기 시작한다.
'아하~ 여기까지가 순항 시에 브레이크 여유폭이구나.'  그 여유폭도 느껴보고 체중만으로 살짝 살짝
방향전환도 해보고 편안한 맘으로 비행했다.

작은 기체를 맥시멈에 가깝게 타서 그런지 몸턴이 훨씬 잘 먹힌다.
체중을 살짝만 실어도 예전 컨피던스 보다 회전이 잘 되는거 같았다.

첫비행 때 실패를 거울삼아 이번에는 착륙장 상공 거의 가까이서 고도처리를 위한 턴을 했다.

이번에는 착륙장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생각하고 코스는 적당하게 잡아서 막판에 착지 할 때 브레이크를 한껏 당겨 보았지만
무풍이라서 속도가 너무 빠르다.  발이 땅에 닿자 마자 부리나게 뛰었어야 하는데... 못했다.

빠른 속도에 두발로 착지하고 엉덩방아를 찧고 바로 일어나서 살아있는 기체를 뒤로 넘겼다.

조금 더 매끄러운 착륙을 할 수도 있었는데… 항상 끝나고 나면 아쉽다.

오늘은 두번의 비행 모두 이,착륙이 매끄럽지 못해서 속상한 하루다.

기체를 정리하고 있는데 오늘 비행은 이쯤에서 종료 한다고 한다. 한번 정도는 더 올라가도 될 법 한데…
아쉬운 맘을 이내 접었다.

주말이지만 크게 막히지 않는 길을 달려 대구에 도착했고 오늘도 변함없이 뒷풀이는 뿔고다.
난 다른 약속이 있는 관계로 뿔고는 생략하고 일찍 회원들과 헤어졌다.

팽철형도 형수랑 같이 가는 게추가 있다고 빠지고
혼자 집으로 향했다.

조금은 특별한 의미를 스스로 부여했던 20회 비행

20회 비행은 이렇게 평범하지만 무탈하게 지나갔다.

좀더 멋진 21회 비행을 기대해본다.


<< 비행요약 <<

1. 비행횟수 : 20회

2. 일자 : 2010년 12월 12일(일요일)

3. 글라이더종류 : 에델 라이브 S사이즈 (Edel LIVE S size)

4. 풍속 :  거의 무풍, 아주 약한 북동풍, 동풍(0.6/0.3~ 1.2m/sec)
- 기온 2도, 습도 44%

5. 이륙장, 및 고도 : 합천 대암산 591m(아센 755 GPS 측정수치 는 약 587m)

6. 착륙장, 및 고도 : 합천 초계면 택리 착륙장, 고도 42m
  - 표고차 : 545m

7. 비행 중 기록
  7-1. 최고고도 :
  7-2. 최고속도 : 37km/h

8. 비행시간 : 8분 35초(총누계 05시간 44분 22초)
  8-1. 이륙시간 : 15시 11분 31초
  8-2. 착륙시간 : 15시 20분 06초

9. 비행거리
  9-1. 총비행거리 : 약 3.4km
  9-2. 직선거리 : 2.7km

10. 비행조건
  10-1. 기류 : 하(바람 방향 동풍, 북동동)
  10-2. 지형 : 상
  10-3. 이륙장조건 : 중(바람이 조금 약함)
  10-4. 착륙장조건 : 상(넓은 잔디 운동장)

11. 특기사항
11-1. 착륙할 때 단계별 절차를 다시한번 상기하자.
11-2. 순항시 라이브의 브레이크 코드 감각을 느껴 보았다.
11-3. 하네스를 새로 셋팅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