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회 비행

- 처음가는 문경 -

요즘은 잠이 많이 없어진 거 같다.  나도 늙어가는 것인가?
6시반에 눈이 뜨여서 잠을 더 청하기도 뭣하고 해서 일어나 장비를 넣었다 뺐다, 열풍 홈에 들어가보기도 하고
시간을 메우고 있는데, 8시 못 되어 정수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차가 없어서 같이 타고 가자고 하신다.  
8시 25분에 팽철 부회장 태우러 가기로 했으니 집 앞으로 늦어도 8시 전으로는 오시라고 했다.

  오토바이에 글라이더 묶어서 오신 정수형 태우고 팽철부회장집 앞에서 팽철부회장 태우고
시지 정두형 댁에서 정두형차로 갈아타고 고문님 댁으로 향했다.

미리 많은 분들이 와 계셨고 고문님은 멍텅구리 하네스에서 번데기 하네스로 갈아타신 듯
교택이가 열심히 하네스 셋팅 중이다. 교체 전 하네스를 보니 정말 많이 낡았다.
한눈에 보기에도 세월과 연륜이 느껴진다.

정두형이 직접 농사지으신 고구마를 삶아 와서 하나씩 갈라먹었다.

오늘은 단풍놀이 겸 해서 비행나오신 회원분들이 많으시다.

고문님, 팽철부회장, 교택교관, 병철총무, 재덕형, 태만형, 정두형, 상목형, 정수형, 윤철이, 종진이, 성언씨,
용석이, 나 이렇게 총 14명이나 된다.

동절기 중 토요일은 늦게 만나 점심식사 없이 비행하러 올라가고 일요일은 일찍 만나 한 비행하고 점심 먹고 오후에
한번 더 비행하는 것으로 열풍 내부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오늘은 일요일이라서 조금 일찍 모였고 최소 2번이상 비행하는 날이다.
바람 방향이 최종 문경활공랜드 단산쪽이 맞을 거 같다고 해서 문경으로 향했다.

문경활공장은 처음인데 익숙한 활공장도 좋지만 새로운 활공장을 찾는 것도 색다르다.
거의 1시간 반 가까이 달려 문경에 도착했다.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끼었고 밑에는 바람 한점 없이 완전 무풍이라서 과연 비행이 될까 속으로
걱정 하면서 11시 30분경 이륙장에 올랐다.

듣던대로 북, 동, 서 3개방향으로 이륙이 가능해서 남풍만 아니면 웬만한 바람이면 다 맞을 거 같았고
3-4대의 글라이더가 동시에 이륙해도 될 정도로 활주로 폭도 넓었다.

밑에서는 무풍일거 같았는데 역시 이륙장에는 초속 1-1.5m 정도의 이륙하기 적당한 바람이 불어온다.

먼저온 팀 몇몇 분들과 우리팀에서는 팽철 부회장이 더미로 북동 바람을 타고 착륙장 반대방향으로 이륙하여 나갔다.

이번에 새로 번데기 하네스를 구입하신 고문님도 비행캐리어가 말해주듯 여유 있게 이륙해서 나가신다.

나도 장비 셋팅 하는 동안 바람방향이 바뀌어서 이젠 북서바람이 들어온다.

착륙장 쪽으로 향해서 이륙한다는 것인데 초보들은 능선을 넘어서 착륙장 가는 것보다는 훨씬 심리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12시 20분 경 장비 셋팅을 마치고 활주로에 들어 섰다.

언제나 이륙직전의 살짜기 밀려오는 긴장감

교택의 “준비 되시면 하나, 둘, 셋! 하고 뛰세요.” 란 말을 등뒤로 들으면서 바람을 기다렸다.

활주로 끝의 억새가 바람에 살랑 살랑 흔들린다.  

“하나, 둘, 셋, 출발!”

적당한 바람에 몇 발자국 떼지 않고 사뿐하게 이륙한다.

열풍에서의 10번째 비행

뭐든지 10단위, 백단위는 의미를 부여하게 되나 보다.

9번째나 10번째나 실상 그게 그거지만 10번째 비행은 앞서 9회 비행보다 좀더 스스로 의미를 부여한다.

나중에 100회 비행, 300회비행, 그리고 1000회 비행

그많은 시간 동안 내내 무사하고 안전한 비행이 되기를..

이륙장에서 조금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자 열이 부드럽게 튄다.  
한바퀴 돌려 보지만 바로 빠져버리고 그 열은 포기하고 피같은 고도를 까먹으면서 조금더 나아가다 보니 다른 열이 맞는다.
돌리고 돌리고 10여분을 서클링 하다보니 거의 이륙장 고도까지 올라간다. 그러나 한순간 방심하면 열에서 빠져 버리고
그열은 포기하고 또다른 열을 찾으러 앞쪽으로 나아간다. 아직은 미세한 열을 잡을 정도의 실력은 없나 보다.
약한열에서는 잘 잡기가 힘들다.

착륙장쪽으로 향해 진입하다가 낮은 산자락에서 또다시 열을 맞았다.  
몇바퀴 돌려보는데  하강이 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상승이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조금씩 하강되는 듯 하다.  
팽철형이 어려우니 그만 비비고  착륙하라고 하신다.  

무전으로 착륙방향을 물어보고 방향을 잡아 착륙 어프로치를 한다.

고도가 좀 높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 방향, 고도로 쭉 들어오라고 하신다.
생각에는 아무래도 고도가 남을 거 같아서 몸턴으로  살짝 살짝 턴을 하면서 진입을 하면서 고도를 갂았는데
역시 밑에서 고수들이 보는 눈이 정확한가 보다.  살짝 모자란다. 그리고 내 기체의 엘디를 빨리 파악해야 겠다.

착륙장 잔디밭 바로 못 미쳐서 내렸다.

내린 곳이 차후에 착륙장으로 사용하기 위함인지? 아님 농지 개량하는 곳인지 흙을 부설해놓은 곳이라
기체 정리하기에 조금 좋은 착륙장까지 기체를 말아쥐고 이동, 기체를 정리했다.

종진, 재덕형님, 성언씨 등 줄줄이 우리팀 비행을 끝내고 랜딩.

외부에서 이미 밥을 시켜놓았는지 차로 점심이 배달 왔다.  북어국으로 식사를 하는데 국은 충분한데 여분의 밥도 부족하고
특히 반찬이 많이 부족하다.  그때까지 하늘에 떠 있던 윤철은 비행잘한 죄? 로 반찬도 없이 국만 가지고 밥 먹어야 될 판이다.  
나도 어서 실력이 늘어나서 반찬 없이 밥 먹어 봤음 좋겠다.


<< 비행요약 <<

1. 비행횟수 : 10회

2. 일자 : 2010년 10월 31일(일요일)

3. 글라이더종류 : 에델 컨피던스 M사이즈

4. 풍속 : 0.9/0.6~1.6m/s(바람이 조금 약함)
- 기온 15.6도, 습도 75%

5. 이륙장, 및 고도 : 문경읍 운달산 단산활공장, 약 870m(아센 755 GPS 측정수치 860m)

6. 착륙장, 및 고도 : 문경활공랜드 착륙장 약 226m(아센 755 GPS 측정수치)
- 이륙장과 착륙장 표고차 644m

7. 비행 중 기록
  7-1. 최고고도 :
  7-2. 최고속도 : 44.5km/h

8. 비행시간 : 19분 32초
  8-1. 이륙시간 : 12시 20분 22초
  8-2. 착륙시간 : 12시 39분 54초

9. 비행거리
  9-1. 총비행거리 : 약 10.4km
  9-2. 직선거리 : 1.87km

10. 비행조건
  10-1. 기류 : 상(바람 방향 북서)
  10-2. 지형 : 산세가 험하며, 북서방향으로 이륙시 정면에 1106m의 주흘산이 있어서 크로스컨트리 비행하기 좋다함
  10-3. 이륙장조건 : 상(남쪽을 제외한 3면으로 이륙이 가능하여 이륙조건은 대단히 좋은 편임)
  10-4. 착륙장조건 : 중(이륙장은 축구장 반만한 크기에 잔디로 좋으나, 끝부분 펜션이 아주 위협적)

11. 특기사항
  11-1. 택배로 받아도 될 하네스 가슴끈셋트를 직접 용인시 까지 가서 구입한 가슴벨트를 하네스에 처음으로 착용하고 비행한 날
        (가슴끈을 한 것이 훨씬 안정적임, 잘했다는 생각이 듬)
  11-2. 내기체의 엘디를 빨리 파악하자~


■ 11회 비행

- 최악의 실수 -

식사 후 오후 2시 넘어 다시 이륙장으로 향했다.  
찍기 능력 향상을 위해서 일요일 마다 찍기대회를 하겠다고 한다.
상금은 여전히 예전의 그 상금이 유효, 도대체 몇 번이나 이월 된거야??

바람 방향은 오전이랑 별반 차이 없이 북서풍이 들어 온다. 이륙장에는 오전에는 없었던 행글라이더도 이륙을 위해서 셋팅 되어 있다.
어디서 오셨나 물어보니 델타클럽이라고 한다. 한때 대학 1학년 때 천마행글라이더서클에서 기초교육까지 받기도 했었는데
비록 여러사정 때문에 날지는 못하고 꿈을 접었지만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은 것중 하나이기도 하다.

먼저 이륙한 다른 팀들 열을 잡아서 잘 올라간다. 모두들 이륙장 보다 한참 높은 곳까지 올라 가 있다.

이번에는 더미로 종진이가 먼저 나가기로 한다.  

열이 좋아서 역시 잘 올라간다. 오전보다는 확실히 열이 많이 익었나 보다.

오후에는 친구 용석이가 텐덤을 타기로 했다.  
오전에 늦게 식사하면서 반찬 없는 밥을 먹으면서 까지 비행 잘했던 윤철이가 조종사로 지명,  
윤철에게 이번 텐덤이 몇 번째인가 물어보니 17번째란다.  나중에 알고 보니 탑승자 안심 시키기 위해서 일부러 들어라고 한말이란다.  
이륙하기 전 긴장감 때문인지 담배를 뻑뻑 피원댄다.  텐덤비행조종은 처녀비행임에도 300회 이상 비행실력이 받쳐주니 걱정과는
달리 무리 없이 잘 이륙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텐덤으로 1시간 이상을 비행했다고 하는데 뭔놈의 텐덤으로 1시간 이상을 비행시켜주나? 너무한 거 아니냐.  
누구는 입이 귀게 걸렸겠네. 담에 나도 함 태워달래야 겠다. 아직 난 한번도 텐덤 타본 적이 없는데....

장비 셋팅을 마치고 대기하고 있는데 교택이가 승복씨 바리오를 주면서 한번 사용해보라고 한다.

케이스가 없어서 플라잇데크에 고정이 안된다. 그냥 카라비너에 끈만 연결해서 분실되지 않도록만 해놓았다.

드디어 내가 이륙할 차례

이번에도 별 무리 없이 이륙한다.  

이륙전 지켜볼 때, 다른 사람들 다 잡아 올리는 열 튀는 자리,

나도 그곳에서 올려 봐야지 했는데

실력이 미천한 탓에 몇바퀴 돌리지도 못하고 바로 빠져 버린다.

끈만 연결해놓은 바리오가 플라잇데크 찍찍이판에 고정되지 않은채 몸과 데크판 사이로 쏙바져버린다.  
서너번 꺼내놓지만 꺼내서 올려 놓으면 또 빠져 버리고 별소용이 없다.  아직은 바리오음에 익숙치 않다.
소리만 듣고도 초당 몇미터 정도의 상승일지 하강일지 모른다.  시각적으로 바리오 숫자를 읽으면서 소리를 들으야만
상호 매치가 되는데 바리오에 익숙치 않은 상태에서 소리만 들으니 이것이 어느 정도의 상승인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그냥 참고만 하기로 하고 여전히 해왔던 대로 몸바리오로 하네스의 당김과 풀림을 느끼려 애쓰면서 비행한다.

열을 찾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다가 고도만 까먹고 이대로 쫄쫄이 하겠다는 불안감이 업습할 즈음,  
5부 능선 부근에서 다시 열에 히트된다.  하지만 이역시 몇바퀴 돌리지 않고 점점 코아에서 빠져버리고
기분 나쁜 삐이이~ 소리만 들린다.  할수 없이 착륙모드로 오전처럼 같은 코스로 진입해서 가는 중에 이륙장 3부 정도의 고도,
넓은 주차장이 아래로 보이는 부분에서 열을 하나 잡았다. 이놈마저 놓치면 남들 다 오래 떠 있는 기상에서 쫄 하겠구나 생각하니
오기가 생겨서 악착같이 잡고 늘어졌다.  처음에는 올라가는 것도 내려가는 것도 아닌거 같더만  교택 말대로 살살 달래면서
돌리고 돌리고, 조금씩 상승하여 다시 5부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아무리 달래도 더 이상 5부 이상으로는 올라가지 않는다.
열은 마치 새침떼기 아가씨 같다. 난 아줌마라면 자신 있는데 아가씨는 영~~

반바퀴 돌면 상승, 반바퀴 돌면 하강, 분명 열이 저곳에 있는데 코아를 찾아서 들어가기 쉽지 않다.
어렵게 들어갔다 싶으면 조금 상승하다가 다시 빠져버리기를 여러차례, 내머리 위에 이륙장보다 더 높게 고도를 잡은 글라이더를
올려다 보니 부럽다.  하지만 내 발밑에서 열심히 비비고 있는 몇 대의 글라이더를 보면서 위안을 삼는다.  

서클링을 하면서 좌측으로 회전 할때와 우측으로 회전할 때 감이 많이 틀림을 느끼겠다.  우턴이 좌측턴보다 확실히 편안하다.
어느 쪽이던 편안하게 회전할 수 있도록 연습을 많이 해야겠단 생각이다.  저번부터 신경 써였 던 조종줄이 오늘도 느끼기엔
조금 긴거 같다. 5센티 정도만 줄이면 어떨지 현재는 여러모로 반응이 느리다.
조종줄 손잡이 상단부를 쥐고 당겨야만 그나마 반응이 빨리 오는 거 같다.

나름대로 열심히 비비면서 애쓰고 있는데

이런 나를 위에서 지켜 보았는지 팽철형님이 더 비벼봐도 누르기만 하고 상승도 안되니 착륙 하라 하신다.  
이제 착륙모드로 착륙장쪽으로 향했다.

오전에 착륙장에 조금 못미쳤기에 이번에는 조금 앞쪽에서 팔자비행으로 고도처리를 하기로 진입경로를 머릿속에 그려보면서
어프로치 했다.

이번에는 내가 한번 찍기판을 찍어봐야지.

팔자 비행하기 위해 좌턴을 하는데 어랏!
왜이래? 반응이 무지 늦다. 팔자비행을 하는데 팔자가 그려지지 않고 큽한 S자 커브다.  
좌로한번 우로한번 2번 턴 했을 뿐인데 기체는 이미 착륙장 찍기판을 지나고 있다.  

이런 젠장 왜 이리 기체 반응이 느려?  

오전에 식사전에 회원들에게 들은 윤철이 아픈기억의 장소 위를 날고 있다.  
잘못하면 나도 과수원에 떨어지겠다 싶어 급하게 방향을 틀고
다시 턴하여 정풍으로 기체를 맞추려는데

웬걸 왜 이렇게 속도가 빨라?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방향을 틀자마자 또다시 착륙장을 지나고 있다.  
이대로 가면 펜션 지붕으로 떨어지던지 아니면 앞쪽에 설치된 조그만 무대 모서리에 부딯칠거 같다.  
저기 부딯치면 발이 부러지던지 아님 최소한 무지 아프겠지??  
급하게 눈에 띄인 곳이 좌측에 보이는 것이 손바닥 만한 펜션 뒷마당이 눈에 들어온다.
더 이상 길게 생각할 틈도 없다.  

조종줄을 두 번,세번 감아쥐고 불시착 충격에 대비, 풀브레이크 걸 준비를 했다.

순간 눈앞에 들어오는 높이 3-4미터의 침엽수 3그루, 저기 걸리면 기체 회수하기 곤란하겠지??

살짝 피해서 마당으로 들어서서 두발로 착륙

착륙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몸이 뒤에서 당기듯 뒤로 넘어졌다.

기체에 뭔가? 나무겠지..  걸린 모양이다.

일단 하네스를 벗고 무전으로 무사히 착륙했음을 알렸다.

팽철 부회장님이 정밀착륙 축하한다고 하신다.  에구. 남 속도 모르고...

기체 정리를 하면서 보니 난 나뭇가지에 산줄이 걸렸나 생각했는데 좌측 끝에 서있던 나무 초두부가 글라이더의
오른쪽 산줄에 걸려서 부러졌나 보다.  덕분에 기체 회수할 걱정은 덜었다.

이미 그전에 다른 누군가 부러뜨려 먹은 듯 위쪽 1미터 정도는 잘려 나갔고 이번에 또다시 내가 1미터 정도를
다시 부러 뜨려 먹은 것이다.

부러진 나뭇가지에 얽힌 산줄을 떼어내고 있는데 주인아저씨가 오셨다.

마치 도둑질하는 사람 잡은 듯이 대하는 모양세가 어지간히 이러한 문제로 고생한 듯 하긴 한데 솔직히 기분은 별로 좋지 않다.

일단 사람이 착륙해야할 곳이 아닌 남의 마당에 들어와 있음 먼저 괜찮으냐? 다친데가 없느냐 물어 보는 게 먼저일거 같은데
대뜸 아까부터 지켜보니 왜 남의 나무 부러뜨려 놓고 말도 없이 도망가려고 하느냐고 역정을 내신다.

내가 뭘? 하네스 벗고 팀원에게 무사 착륙했음을 알리고 나뭇가지에 얽힌 산줄 걷어내고 있었을 뿐인데

주인 아저씨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이런 피해가 한두번이 아닌가 보다.
벌써 지붕에 3번 떨어지고 얼마전에는 정원등을 부러뜨려 150만원 손해를 끼쳤느니,
저곳에 심은 나무가 다 같은 이유로 지금은 한그루도 없다느니

이야기 하는 중에 재덕형님이 살짝 오셔서 길게 이야기 하지 말고 보험으로 처리하면 되니 변상해드린다고 하고 끝내라고 한다.

그러던 중 교택이가 왔다.

교택도 변상 해드릴테니 나무가 얼마냐 물으니

세상에나 세상에나 이백만원이란다. 주목나무가 비싼 나무인데 어쩌고 저쩌고

내가 보기에 죽었다 깨도 주목은 아니고 주인어르신이 수종을 잘 못 알고 계신 듯 한데 내가 보기에는 솔송나무같아 보인다.
구하기 쉬운 나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리 비싼 나무도 아니다.

이미 다른 사람이 초두부는 부러뜨려 원형이 훼손 된 상태였고 아마 틀림없이 나중에는 나무가 더이상 키가 크지 못하게 초두부를 날려
전정할 것이 분명한데... 어떻게 아냐고 가정집에 심어놓은 나무 키가 크면 통상 그렇게 하니까.. 그리고 착륙장에 키가 10미터 이상 되는
나무가 자라고 있다면 그게 착륙장이 되겠는가???

암튼 2백만원을 달라하니

교택이도 기가 막힌지 네 알았습니다. 보험회사에서 잘 알아서 해드릴 거라고 하고 자리를 떠버렸다.

기체를 다 정리한 후에
방안에 까지 들어오라 해서 자필로 피해변상 확인서 써드리고 나서야 풀려났다.
무언의 억류, 그 느낌 아시는지?? ㅜ.ㅜ


이것도 인연이니 나중에 문경 오면 꼭 들러서 인사하라고 하는데

솔직히 별로 그러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다.  

일면 입장을 바꾸어보면 얼마나 많은 피해를 본의 아니게 받았겠나, 이해가는 부분도 있지만 너무하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

이렇게 나의
11번째 비행은 오점을 남기고 끝이 났다.

비행시간도 40분가량 했으니 나름 오래 했으니 만족하고 다 좋은데
불시착이 나에게 문경의 아픔을 깊이 새기게 하는 구나.

어둑해지는 문경을 뒤로 하고 대구로 돌아왔고 뿔고에서 저녁식사 겸 술한잔하는 자리를 가졌다.
자천형님도 위문차 찾아와 주셨고 이봉주 선수와 42명의 일반인, 연예인으로 구성된 1대 42 21킬로 마라톤 대회를 티브이로 지켜보았는데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다.

이술자리에서도 오늘 비행에 대해서 이야기 하면서 내 이야기도 당연히 나왔다.

다들 왜 내가 그렇게 엉뚱한 짓을 했는지 궁금해 하시는거 같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말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난 배풍에 착륙을 했던 것이다.

그것도 47킬로미터의 속도로 착륙을 했던 것이다.
내기체 평균속도가 35킬로 정도로 봤을 때 12킬로 미터 즉 초속 3-4m 정도의 바람을 등지고 착륙을 시도 한셈이 되니..

난 정말 크다란 실수를 한 것이다.

티브이에서 즐겨 보았던 항공사고 수사대를 보면 항공기 사고의 대부분이 여러 가지의 실수가 겹쳐서 안타깝게도
막을 수 있었던 사고가 많이 있더라.

나역시 마찬가지다. 여러번 아니 마지막 순간까지도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모든 기회에서 난 잘못된 방향을 택했고
결국에는 아픔을 만들고 말았다.

착륙장소에 내리지 못했으니 이것은 불시착이고 그기에는 여러 가지요인들이 겹쳐서 결국은 사고를 친 것이다.

첫 번째 실수가
착륙하기 위해 진입하는 과정에서 착륙장에 꽂힌 윈드쌕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모든 날것의 가장 기본 절차 중에 한가지가 이것이고 어찌 보면 착륙과정의 가장 기본중의 기본이다.  

정풍 정대하여 착륙 한다는 것

머릿속에 들어 있는 내용들

몰라서가 아니다.

알면서도 중요한 과정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이 결국 경험부족인 것이다. 짬밥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남들 흔히, 사고 날 때는 뭔가에 씌인다고 한다.

내가 딱 그 짝이란 생각이 든다.

정말 무엇인가에 씌였나 보다.

오전에 이륙할 때랑, 오후에 이륙할 때랑 이륙할 시에 바람방향이 같았다.

오전에는 조금 못미쳐 착륙을 했기에 이번에는 팔자비행을 조금 더 착륙장 가까운 곳에서 하고 고도처리를 해야겠다는
생각만이 찍기 대회라는 것과 연관되어 머리에 가득했었고 이 때문인지 착륙진입하는 과정에서 윈드쌕 확인을 하지 않았다.

사실 이륙장 대비 3부 고도에서 비비고 있을 때 착륙장을 슬쩍 슬쩍 보면서 다른 글라이더들이 어느 방향으로 진입하는지 보았지만
내가 볼 때는 진입하는 글라이더는 한대도 보지 못했다.

다들 열이 좋아서 인지 하늘 위에 있었고 착륙시도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던 것이다.
내가 본 것은 기체를 정리하기 위해 놓여진 기체의 길이 방향만 보았으니 오전과 같은 방향이라고만 생각 한 것이다.

헤드셋을 부착하고 나서부터 몇회의 비행동안 항상 착륙장에서 콜하시는 분들에게 내가 진입하는 방향이 맞느냐고 물어 보았는데
이번에는 모두 다 이렇듯 좋은 기상에서 위에 계실 거 같았고, 먼저내린 몇분이 차를 가지고 다시 올라간다는 것을 무전으로 들었기에
착륙장에는 아무도 없을 거라 지례짐작 해버려 바람 방향에 대해서 물어 볼때 도 없으니 당연히 무전으로 확인도 못했었다.

두 번째 실수가
바람방향이 배풍이란 것을 끝까지 알아 채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공중에서 한바퀴 돌려보면 어디가 배풍이고 정풍인지 대충은 알 수가 있는데 오늘은 왜 몰랐을까?
난 기체가 배풍을 받아 밀리는 것을 기체 브레이크 줄이 길어서 조종이 둔해서 그렇다고 짐짓 혼자 생각 해버리면서 배풍이란 것을
끝끝네 알아차리지 못했다.

비행로그 기록을 살펴보면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윈드쌕 미확인으로 바람방향을 모르고 반대방향으로 착륙진입해서 들어갔더라도
내가 배풍을 맞고 있다고 생각했다면 마지막 착륙직전에는 배풍으로 향하지는 않았을텐데

배풍이라는 것을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여러번 방향을 수정할 고도도 충분히 있었는데

그랬다면 아마 별일 없었겠지..

난 내가 배풍 받고 내렸다는 사실을 부끄럽게도 착륙하고 나서 회원들을 통해서야 알게 되었으니...

우리는 모든 사고의 원인을 되짚어보면서 만약에 ~ 하지 않았더라면 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사고 내게는 큰 사고이다. 비행하면서 처음이니깐

이번사고도 만약에 내가 착륙하기 전 윈드쌕을 확인하거나 확인이 어려울 때 무전으로 확인을 하던지 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항만 잘 지켜서
풍향만 확인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러한 아쉬움이 앞으로는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오늘 일을 거울 삼아 좀더 많은 경험과 좀더 많은 연습을 통해 노력해야 겠다.  

윤철이가 한마디 했다.  

“상정아 한마디만 할게 아픈만큼 성숙한단다.”  

그래 고맙다. 한데 이제 아픈거는 이걸로 됐고 그냥 성숙만 할란다. 하 하  


<< 비행요약 <<

1. 비행횟수 : 11회

2. 일자 : 2010년 10월 31일(일요일)

3. 글라이더종류 : 에델 컨피던스 M사이즈

4. 풍속 : 0.9/0.6~1.6m/s(바람이 조금 약함)
- 기온 18.2도, 습도 73%

5. 이륙장, 및 고도 : 문경읍 운달산 단산활공장, 약 870m(아센 755 GPS 측정수치 860m)

6. 착륙장, 및 고도 : 문경활공랜드 착륙장 약 226m(아센 755 GPS 측정수치)
- 이륙장과 착륙장 표고차 644m

7. 비행 중 기록
7-1. 최고고도 :
7-2. 최고속도 : 48.6km/h

8. 비행시간 : 38분 19초
8-1. 이륙시간 : 15시 00분 35초
8-2. 착륙시간 : 15시 38분 54초

9. 비행거리
9-1. 총비행거리 : 약 21.2km
9-2. 직선거리 : 1.87km

10. 비행조건
10-1. 기류 : 상(바람 방향 북서)
10-2. 지형 : 산세가 험하며, 북서방향으로 이륙시 정면에 1106m의 주흘산이 있어서 크로스컨트리 비행하기 좋다함
10-3. 이륙장조건 : 상(남쪽을 제외한 3면으로 이륙이 가능하여 이륙조건은 대단히 좋은 편임)
10-4. 착륙장조건 : 중(이륙장은 축구장 반만한 크기에 잔디로 좋으나, 끝부분 펜션이 아주 위협적이 맞음)

11. 특기사항
11-1. 비행 시작 후 처음으로 불시착, 착륙장 끝의 펜션 뒷마당에 내리면서 조경수 모가지를 부러뜨려서 물적 피해를 입힘
11-2. 비행로그를 정리하면서 내 비행경로를 살펴보니 정풍이었다고 하더라도 팔자비행 시도 했던 장소가 너무 앞쪽인거 같다. 제발 정신 좀 차리면서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