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비행

아침에 일이 있어 6시반에 일어났는데 기상 상태가 양호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교택씨가 비행을 갈거냐고 묻길래 가지뭐.. 했는데

사실 조금 많이 두려운 느낌은 있었다.

2001년 겨울 비행을 마지막으로 근 10년 만에 다시 하는 비행이기 때문에 나에겐 처녀비행이나 마찬가지로 가슴 설레 이지만
불안감 또한 쉽게 떨쳐버릴 수 없었다.

비록 몇주 전 인터불고 앞 강변에서 기체를 꺼내 지상연습을 해놓았기에 조금은 낫기는 하지만 여전히 너무나 오래전의 일이라
비행감도 없고 언제나 그렇듯이 이륙에 대한 부담감이 밀려왔다.

아침을 먹으면서 갈까 말까? 그냥 지상연습도 좀더 하고 좀더 준비되면 간다고 하고 오늘은 가지말까???
여러 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찌끈할 지경이었다.

“에라이.. 그래 가지말자..”

근데
8시 50분경 경산 사시는 김팽철 부회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비행같이 가자고..

교택에게 전화 왔다면서 당연히 가는 걸로 알고 이야기 하시니 응겁결에 대답은 하고 이젠 빼도 박도 못한다...  가야지 뭐... ㅜ.ㅜ

오늘은 출발시간이 10시반이라 부회장. 픽업하러 가기까지 남는 시간중에 패러교본을 다시 읽어 본다.  이륙과 착륙...  
여러번 읽어 본것이지만 마지막 시험치기 전에 요점추린 것 읽어보는 심정으로 다시 한번 읽어 봤다.

약속장소인 부회장. 댁 아파트에 도착하니 이미 내려와 계시는데 척보니 열풍소개란에 사진과 완전 똑같은 부회장... 한눈에 알아보겠다.

인사드리고나서 차에 모시고 고문. 아파트로 고고

권박사 회원. 외 1분은 이미 와 계시고 순차적으로 회원.들이 속속 도착하신다.

10시40분경 대구를 출발하여 한시간 넘게 달려 합천 어느곳,
동산기사식당에 도착, 시계를 보니 거의 점심시간이다. 밥먹고 가는 갑다.

식당에서 또 한분의 회원.과 합류.. 도합 11명의 회원.이 참석하셨다.
참석률 좋다.

오늘 점심 메뉴는 청국장 정식인데 음식이 값싸고 맛있다.  냄비밥이라는데 나중에
숭늉도 긇여주시고 반찬도 많고.. 간도 맞고, 너무 맜있게 먹었다.

식사를 맛나게 하고 멀리 보이는 이륙장을 정면으로 두고 소로로 들어서니 운동장이 보인다.

그곳이 착륙장이란다.

사실 잠시 차를 세웠을 때 차에서 내려서 착륙장을 살펴보는 게 원칙인데 그러지 못했다.

바로 이륙장으로 7-8분여 임도길을 달려 이륙장으로 올라갔다.

오프로드 차라면 꼭대기 까지라도 올라가겠지만 일반차는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는
시멘트 포장끝부분에 차를 세우고 기체를 꺼내고, 다들 메고 올라들 가신다.

전쟁터에 출전하는 용사들 같이 비장함 마저 느껴지려 한다.

차에서 내려서도 2-3분정도 올라가니 이륙장이다.  경사가 가파른데다가 무거운 백을 메고 올라가려니 죽을 맛이다.

정상에 올라서니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가니 뭔가 알수 없는 흥분이 밀려 온다.

“아~ 이제 시작인가??”

대암산정산 해발고도 591m, 어느 산악회에서 세운 정상표지석이 있다. 꼭 비행이 아니라도 어느 회원. 말씀처럼
능선따라 종주 등반을 해도 꽤 괜찮을 산세였다.

주변엔 산불감시초소와 통신중계탑도 보이고 관리용 창고 컨테이너도 보인다.
정상부에 나무도 치고, 풀도 정리하여 꽤 넓은 이륙장이 조성되어 있었다.

이 곳에서 전국 패러대회도 개최하고 했단다.2-3방향으로는 바람이 바뀌어도 뛸수 있을 정도로 이륙장 각도를 만들어 놓았다.

정상을 넘어 조금 지난 자리에 팽나무 한본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착륙장에서 보였던 그 큰 나무다.

올라오기 전에 총무.이 이륙장 시작부는 경사가 완만한데 조금 지나면 깍아 지른 듯 경사가 급하다고 하시길래
기체배낭을 내려놓고 이륙장을 살펴보니 과연 그랬다.

조금 부담 되기도 하지만 사실 이런 이륙장이 오히려 이륙하기에는 더 낫다고 본다.

숨을 고르고 경치를 잠시 감상한 후 기체를 백에서 꺼냈다.

몸무게 현재 62-3kg에 M사이즈(80-105kg) 내몸에 많이 큰 기체..  구입한지는 오래되었지만 1번 비행한 기체로 팔기는 아깝고 판다한들 살사람도 없을 거고...

우선은 발라스트 해서 타보기로 했지만 사실 이부분이 가장 마음에 걸리고 염려스러운 부분이긴 하다.  
몸무게 보다 큰 기체는 잘 접힌다는데 이게 더 두렵다.  기체를 사고 2001년 겨울 마지막 비행때 캐노피 한쪽이 붕괴되어 견제 후 펌핑으로 회복시킨 경험이 있기에...

이륙이나 착륙보다도 와류권에서 두결겨 맞는다는 그런게 더 두렵다.

우선은 오늘 비행하지 않으시는 구사장회원. 발라스트에 물을 채워 사용하기로 햇다.

발라스트 채우는데 한참 애를 먹었다.  하네스가 예전 것이라서 발라스트 채울수 있는 끈이나 고리 같은 게 달려 있지 않아서 그렇단다.

우여곡절끝에 채우고 난 후 비행준비를 마쳤다.

이미 여러명의 회원분들이 이륙을 하여 저 멀리서 뱅뱅 돌리며 고도를 잡고 계신다.  
예전 비행 때도 못해본 서멀쏘아링 부럽다. 난 언제 감을 익혀서 저런거 해보나......
아직까지 내겐 그저 꿈같은 이야기 일뿐이다.

이륙장 사면에 기체를 회원.들이 펼쳐주시고 사람이 많으니 이런점은 무지 좋다.
난 기체의 정 중앙에 섰다

고개를 돌려 기체를 바라보며 텐션이 골고루 미치도록 몸을 이동하였고 비행 준비를 마쳤다.

준비되면 출발하세요..

크게 쉼호흡을 하고 “하나, 두울, 셋~ 출발!”

지상연습 때 기억을 떠올리며 그동안 틈나는 대로 이미지 트레이닝 했던 대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이륙..

바람이 좋아 기체를 세우고 몇발짝 뛰지 않아 몸이 뜬다.

모든 날것들이 이륙과 착륙의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고 한다.

그 위험한 한고비는 무사히 넘긴 것이다.

이 하네스로 비행은 처음이다.  교본에는 두가지 이상 바뀌는 상황에서는 비행하지 말라했는데...  
처음 가는 이륙장, 그리고 구입 후 처음 착용하는 하네스, 9년이상의 비행중단 시간들....

원칙대로라면 난 비행하지 말았어야 했지만 현재 난 공중에 떠있다.

그 동안의 짧지만 처음은 아닌 비행 경력과 지상 연습을 믿고 뛰었는데.. 잘된거 같다.

여러 가지로 걱정했던 하네스는 무척 편하다.  
예전 초급기로 배울 때 기저귀 같은 하네스는 비행줄을 놓고 하네스 좌석을 잡고 엉덩이를 갖다 올려 놓아야 햇는데  
그러지 못하면 착륙할때까지 내내 하네스 의자에 올라타지 못하고 엉거주춤한 상태로 사타구니의 압박을 느끼면서 비행했어야 했는데..

이 하네스는 별다른 제스추어를 취하지 않아도 이륙 후 그냥 95프로 이상은 하네스에 저절로 앉아진다.  

조금 여유가 생기자 이륙장도 한번 쳐다보고 고개 들어 기체도 쳐다본다.

브레이크를 살짝 당겨서 기체 후면부위 텐션 가는것도 보고, 브레이크 줄을 완전히 풀어 텐션없이 만들어도 보고,

전진하는 속도의 바람에 그 얇은 산줄이 바람 저항을 받아 활처럼 크게 휜다.

“아~ 이제 내가 드디어 9년만에 비행을 하는 구나!”

이륙장에서는 무사히 이륙했으니 이제 착륙장으로 콜을 인수인계하신다.

오늘 비행하지 않으시고 차량 회수 등의 중책을 맡으신 구사장회원.이 콜을 맡으셔서 해주시는데 사람을 되게 편하게 해주신다.

“그 부분 들어가시면 기체가 좀 흔들릴겁니다.  흔들리지만 괜찮으니깐 걱정하지 말고 편안한 맘을 가지고 하세요.” 라는 멋진 멘트 덕분에
기체가 조금 흔들렸지만  편안한 맘으로 비행했었다.

이륙장에서 착륙장으로 직선코스로 가는 중에 골을 지날때는 많이 싱크 됨을 느낀다. 그러나 산줄기를 지날 때는 상승 하는 거 같다.

이 상승이 상승풍의 영향인지.. 아. 열인지... 아직은 모른다. 그냥 상승하면 상승하는구나. 그저 기체의 움직임에 내몸을 맡기고 기체와 내가 하나가 된다.
구회장. 주신 발라스트와 플라잇테크에 놓여진 바리오가 삐삐 운다.

아직은 초보라서 바리오울림과 하강과 매치가 잘 안된다.

몸으로 눈으로 느끼기에 분명 하강 하는거 같았는데 바리오는 상승을 표시하고 느끼기에 상승하는거 같았는데 바리오는 하강함을 표시한다.

초보들의 특징이 땅이 가까워 오면 편안함을 느낀다.

이제 착륙장이 한눈에 들어오고 지면에 가까워지니 편안함이 훨씬 더 하다.

착륙장 조금 못미쳐 고도가 높아서인지 팔자비행으로 고도처리 하도록 유도하신다.

먼저 진행방향에서 좌측으로 한번 돌아서 조금 진행 후 우측으로 팔자를 그리는데 소위 똥통이라 불리는 돈사 위 그곳을 조금 더 지나치니 많이 싱크된다.

다시 돌아가려는데 자칫하면 전선을 넘지 못할 거 같다.

예전에 배운대로 시선을 발끝에 맞추고 내 기체의 엘디를 생각하면서 예상경로를 그려보니 아슬 아슬하다..  

조금 더 진행해보고 안되면 방향을 틀어야겠다고 생각했으나  전선위로 보이는 공간이 점점 넓어진다.

아~~ 통과 하겠구나.  생각보다는 조금은 여유있게 전선줄을 통과하고 나니
이젠 그 넓은 착륙장에 진입하기가 힘이 들거 같다.

역시나  남들에게 넓다는 착륙장이 내겐 좁았다.  겨우 겨우 컨테이너 지나 축구골대 바로 못미쳐  흙바닥에 내렸다.
조금만 더 갔으면 잔디밭에 내렸을텐데 조금은 아쉬웠고

나름 에프엠대로 착륙절차를 진행했지만

앞에찬 발라스트 무게 때문인지 싸뿐하게 두발착지 하고도 장모.한테 절하듯 무릅을 꿇었다.  발라스트 무겁다..  기체사이즈에 맞춘 발라스트  ㅜ.ㅜ

이렇게 해서 나의 통산 19회째 비행이자 9년만의 비행, 열풍에서의 첫비행은 무사히 마쳤다.

부회장. 말씀대로 이번비행이 내인생에 첫비행이라 생각하기로 햇다.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이러한 맘을 초심을 잃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나태해질때면 첫비행의 떨림과 긴장감을 상기하면서 내맘을 다 잡아야 겠다 생각한다.

콜해주신 구사장 회원.께 감사 말씀을 드렸다.

친구라고 나의 첫 비행에 신경 많이 쓰준 교택에게도 문자로 고맙다 했다.

모두가 축하해주신다.  기분이 좋았다.

<< 비행요약 <<

1. 비행횟수 : 1회
2. 일자 : 2010년 9월 25일, 오후
3. 글라이더종류 : 에델 컨피던스 M사이즈
4. 풍속 : 3-4m/s
5. 이륙장, 및 고도 : 591m
6. 착륙장, 및 고도 : 잔디구장
7. 비행 중 최고고도 :
8. 비행시간 : 10분 15초
9. 비행거리 : 약 4.3km(직선거리 2.7km)
10. 비행조건
   10-1. 기류 : 상
   10-2. 지형 : 상
   10-3. 이륙장조건 : 상
   10-4. 착륙장조건 : 상
11. 특기사항 : 하네스 비행 첫회, 기체 2회, 바리오 빌려서 사용함



제2회 비행

오늘 비행하지 않으신 구사장회원.이 차를 몰고 무사 착륙한 회원.들을 픽업하러 출발

제일 멀리 날아간 권박사회원을 태우러 가는데 차를 달리고 달려도 ...

정말 멀리 까지 날아갔다.

이정도도 정말 멀리 날았다고 생각하는데 교택씨는 88킬로를 날라 갔다고 하니.. 대단.. 대단하다.

부럽기도 하고.

모든 회원을 픽업 후 다시 이륙장으로 올랐다.

차에 내려서 짐을 지고 올라가는 3분여동안 처음보다 힘이 빠져서인지 더 힘들다.

정상의 시원한 바람을 받으며 잠시 쉬고 물도 마시고

잠시 휴식 취한 후 남들 비행하는 거 구경좀 하다 천천히 나가려 했는데

부회장.이 빨리 준비하라고 하신다.

내 무전기  캔우드 TH 22a  스캘치가 고장나서 치치 거리는 것을 보시더니
본인 무전기 GT144를 사용하라고 주신다.

GT144 무전기는 구입해볼 요량으로 사진으로는 많이 봤지만 실물은 처음 보는데 역시 중국산 저가 공세의 힘이 무섭단 생각이 든다.

마무리는 조금 조악해 보이지만 성능은 활용하기에 무난한 거 같다.  하지만 당장 고장 난 내 무전기 보다는 백배 낫다.

하네스를 착용하고 어렵게 또 발라스트를 채우고 기체를 들고 가려니
기체는 그냥 두라고 하시고 처음처럼 기체도 펴주시고 회원.들 많이 도와주신다.

신입회원을 많이 배려해주시는 맘이 고맙게 느껴졌다.


두 번째 비행은 처음보다는 긴장이 덜하다. 훨씬 편안한 맘으로 이륙,

역시 바람이 좋아서 기체를 세우고 몇발짝 뛰지 않아 이륙한다.

이번에도 착륙장 콜은 구사장 회원.이 맡으시는데 나중에는 고문. 콜소리도 들렸다.

코스는 처음과 같이 착륙장 쪽으로 쪽바로 직진하되 사면쪽으로 조금 붙어서...

역시나 그대로 가니 골에서 싱크땜에 착륙장까지 못갈 거 같더니만 역시나 산줄기에서는

열인지 상승풍인지 기체를 들어 올려준다.  초속 1.6, 초속 2.1 바리오상의 초당 상승 속도다...

고문.이 한번 돌려보라고 하신다. 열을 한번 타보라고 하시는거 같았다.

순간 돌려볼까 하다가... 아직은.. 참자..  ㅜ.ㅜ  사실은 자신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열에서는 멀찌감치 멀어졌다.

이곳에서 획득한 고도로 처음보다 훨씬 편한한 맘으로 착륙장쪽으로 진입한다.

아직도 고도가 높다. 역시나 밑에서는 고도 처리를 위해서 360도 턴을 요구한다.

360도 완전히 돌아봤다.

풍상, 풍하 바람세기를 생각하면서 나름대로 돌려보았지만 원이 매끄럽게 만들어진다는 생각은 없다. 몇차례 팔자비행 후

이제 고도가 많이 낮아 졌다.

콜없이 내가 착륙진입을 알아서 해본다

몸을 써서 가벼운 턴으로 고도처리

정풍을 맞으면서 착륙장 진입

브레이크를 다 놓고 증속하여 내려가다가 5미터 정도에서 몸을 일으키고 50프로 75프로 100프로 브레이크..

처음에 발라스트 무게로 넘어질 뻔한 것을 생각하면서 착지..

이번엔 앞으로 꼬구라지지 않고 두발로 잘 착륙했다.

근데 몸을 뒤로 돌려 캐노피 붕괴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착륙 잘 해놓고 뒷마무리가...  

다음비행때는 두발이 땅에 닿으면 바로 몸을 돌려 기체 붕괴절차를 거치자

이렇게 오늘 두 번이나 비행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이륙도 착륙도 두 번다 크게 나쁘진 않았다고 생각되어 만족한다.

운동장에서는 승복회원.이 아는 동생이랑 같이 가져온 맥주랑 삼겹살로 뒷풀이,

맥주를 두잔 마셨더만 못먹는 술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대구 올라와서 관례대로 처녀 비행턱을 쏘았다.

뿔보??? 뿔고?? 이름은 헷갈리지만 이곳이 열풍의 전속뒷풀이장인가보다. ㅎㅎ    

<< 비행요약 <<

1. 비행횟수 : 2회
2. 일자 : 2010년 9월 25일, 더 늦은 오후
3. 글라이더종류 : 에델 컨피던스 M사이즈
4. 풍속 : 3-4m/s
5. 이륙장, 및 고도 : 591m
6. 착륙장, 및 고도 : 잔디구장
7. 비행 중 최고고도 :
8. 비행시간 : 12분 36초
9. 비행거리 : 약 4.3km(직선거리 2.7km)
10. 비행조건
   10-1. 기류 : 상
   10-2. 지형 : 상
   10-3. 이륙장조건 : 상
   10-4. 착륙장조건 : 상
11. 특기사항 : 착륙 후 기체 붕괴 절차를 거쳐야 한다.

** 근데 여긴 왜 "님"자가 들어가면 글이 안올려질까?? 그래서 "님"자는 다 "."으로 처리하고 글을 올림을 이해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