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솔로 1년전 - #1

얼마전에 여자분들 밤길 조심하라는 글이 올라왔더라구요.
요즘 세상이 흉흉해서 이해는 하지만,
사실 남자들도 밤길 다니기 쉽지 않습니다.



저는 현재 올해 24살로
군 제대 후, 복학을 앞두고 용돈벌이겸 해서 알바를 하는중인데요...
바로 얼마전 있었던 일입니다.
그날도 밤늦게 알바 끝나고 집에 들어가는길이었습니다.
 
 
혼자 정거장에 왔는데 정거장에
제 나이랑 비슷하게보이는 여자분이있더라구요.
그쪽이 버스종점이랑 가까운곳이라 버스를 아무것도 안타길래
"나랑 같은버스타나보네"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심야버스가 왔고 그 여자분과 제가 같이 탔습니다.
그런데 참 우연찮게 정거장에서 내리려는데
또 그 여자분이랑 같이내리게되더라구요.

 

정거장에서 저희 집까지는 10분 정도 걸어야 합니다.
여자분이 앞서서 걷고있고 전 뒷따라걷고있는데
엇 나랑 같은방향이네라 생각하고 가다가 아파트하나 나오는데
저희집은 거기서 더 걸야합니다ㅠ



여자가 계속 쭉걸어가길래 엇 같은아파트사는갑다 생각하고 있는데
횡단보도 파란불 칸이 얼마안남아서 여자분이 뛰더라구요
저도 당연히 같이 뛰었구요.
근데 여자분이 횡단보도를 지나도 멈추질 않고 계속 뛰길래,
저는 뭐 별 생각없이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그 여자분이 뛰다가 뭔가를 떨어뜨리더군요..
가서 보니까 무슨 붓같은건데, 여자들 화장할때 쓰는 그런거 아닌가 싶더군요.
그래서 돌려줘야겠다 생각하고
 

"저기요, 잠시만요."
 

하면서 달려갔는데, 여자분은 제 말에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더 빨리 뛰더니 저희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더라구요...;;;;

돌려주려고 얼른 쫒아가서 그 여자분 팔을 잡았는데,
여자분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더니 뒤로 돌아서는 제 중요한 부위를 발로 냅다 걷어차는거에요.;;
그것도 힐 신은 발로요;;;
진짜 "헉"소리도 안나올만큼 아파서 저는 거기를 움켜잡고 땅바닥에 쓰러졌습니다.
정말 살면서 제가 겪은 가장 큰 아픔이었습니다.

저 어렸을 때 트럭에 치여서 나서 팔이 부러지고 갈비뼈가 부러진 적이 있습니다.
거기에 내출혈도 일어나서 죽다 살았죠.
꽤 어릴 적 일입니다만...
그때 나동그라진 다음에 공포와 고통속에 몸부림치다 가물가물하게
조금밖에 기억이 안 납니다만 그거보다 더 아프더군요.
 

거기 차인 고통은 그에 비하면 금방 사라지긴 하지만...
그 고통의 강도는 차사고 난 직후부터 완치될 때까지 겪었던 어떤 과정도 상대가 안 됩니다.
그야말로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면서 오로지 고통밖에 남지 않는다고나 할까요 -_-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 하반신에는 저절로 힘이 빠져서 바닥에 무릎을 꿇게 되고,
누가 아랫배속에서 내장을 쥐어뜯는듯한 고통이었어요.
육체적 고통도 고통이지만,
정신적으로도 여자한테 급소를 맞았따는 치욕감과
혹시 잘못되서 고자가 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과,
"어머니 왜 저를 남자로 낳으셨나요" 하는 원망이 함께 밀려옵니다.

좋은맘으로 돌려주려고햇다가 도대체이게 왠 봉변인가 싶더군요.
 

그후에 여자분은 어디론가 달려가더니
잠시후에 경비아저씨와 같이 돌아오더군요.
물론 저는 그때까지도 땅바닥을 애무중이었습니다.


 

경비아저씨: 저 학생 왜 저러고 있어??
하더니 저한테 다가오더군요.


경비아저씨: 이봐, 학생! 잠깐 일어나봐요.
(저는 고통을 참고 간신히 일어났습니다.)
 
저: ...네?

경비아저씨:왜 이 여학생 계속 쫓아옵니까?
 
저: 쫒아온거 아닌데요..

경비아저씨: 아니긴... 버스정거장부터 계속 따라왔다는데.


저: 쫓아온게아니라 저희집이 여긴데요.

못믿으면 1005동 X04호 호출해보세요.


경비아저씨: 지금 시간이 12시 다되서 호출은 실례고... 신분증보여줄래요?


저: 네 (신분증 꺼내서 보여줬습니다)


경비아저씨: 어? 여기 아파트 세대주 맞으시네요.
 
그 여자분: (제 신분증을 확 뺏어가서 보더니)엇! 나보다 한살어리네...

 
 
완전 어이가없더라구요.
알고보니 저는 1005동 살고 그 여자분은 1004동 사는 분이었습니다.

그 여자분 완전 민망해하시더니 "죄송합니다." 하더니 후다닥 뛰어들어가더군요.
저는 그때까지도 고통의 여운이 남아있어서
담배 한대 피면서 아픔을 삭히고 들어왔습니다.

물론 저도 자존심이 있기에 붓은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저 잘생기진 않았어도 그리 험악하게 생기지는 않았거든요???
그 후로 요즘에는 앞에 여자분이 걷고있으면
괜히 친구들한테 전화해서발랄한 목소리로 통화한답니다 -_-^
(나쁜사람 아니란걸 인식시키기 위한;;;;)
물론 여자분들 입장도 이해하지만...
제가 요즘들어 참 별짓 다하고 사는것 같습니다 -_-;;;
 
저, 무서운 사람 아닙니다.ㅠㅠ
 
그리고 여자분들 앞뒤안가리고 거기 쫌 때리지좀 마세요.
거기 차이면 트럭에 치인것 보다 더 아픕니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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